- 북새통 7월의 책을 읽고
글의 제목을 다르게 붙여서 지난달(7월)의 북새통 리뷰를 올리지 못했다. 지난달(7월) 북새통의 책은 『로컬 리노베이션(이치키 고이치로 저, 윤정구, 조희정 공역, 더가능연구소)』이었다. 일본 시즈오카현 아타미시의 거리 활성화 사례를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비영리단체든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체든 비즈니스가 되어야 하고 흑자가 나야 한다는 것이다.(73) 그가 운영한 카페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되어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고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은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적자여서 실패한 사례로 취급했을 정도다.(104~105) 손에 쥔 자원으로 사업을 해서 이익을 남기고, 다음 사업에 투자하여 사업을 계속하는 식의 사이클을 만드는 것이 지역 활성화의 기본이라는 생각이라고 한다.(84) 적극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둘째는 ‘거리가 바뀐다는 것은 리노베이션으로 멋진 건물이 들어서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모여듦으로써 변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거리의 팬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은 일 년 중 1~2개월만 개최하는 이벤트에만 제한적인 참여자가 있어서 채산성도 없었다. 그러나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매일 거리의 팬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당연히 ‘사업 이익이 나오며 계속 발전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2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손님이 숙박을 해서 아직도 계속 노력 중이지만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125) 역시 큰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서양에는 마을마다 도시마다 광장이 있다. 그곳에는 저녁이면 사람들이 몰려나와 음료와 술을 곁들이며, 이야기로 꽃이 피어난다. 그러한 이웃 간의 또는 잘 모르는 사람들과의 대화와 교류를 통해서 서로 간의 이해가 높아지고 발전해 나간다. 일본 아타미의 사례도 그런 문화의 복원이었다. 재미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거점을 만들고, 재미있는 가게를 통해 거리의 변화를 만들고, 거리의 팬을 만들고, 거리에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는... 이런 노력이 모여 거리가 활성화되고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작게 시작했지만 전통과 다양성의 복원을 통해서 그런 리노베이션이 차곡차곡 쌓아지듯이 이뤄졌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되돌아보면 우리에게도 그런 ‘광장’과 같은 문화가 있었다. 그것은 사랑방 문화이고 주막거리 문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하나씩 둘씩 사라졌다. 사람들끼리의 수근 거림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없앤 탓이리라. 큰 광장은 숲으로 바뀌거나 이리저리 나뉘어서 사라지고, 모임은 했던 장소를 감시당하는 장소가 되거나 슬그머니 다른 용도로 전용되었다. 그나마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피하게 되면서 모임도 줄었다.
그런데 최근에 다른 운동이 생긴 것이다. 대형 커피점의 증가다. 내 생각에는 80년대의 오락실이나 90년대의 노래방 붐 이후에 가장 특색(?) 있는 문화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커피 수요가 컸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국민이 커피를 마시고 커피 문화를 향유하고 또 거기에 걸맞게 관련 산업이 뜨고 있다. 책 소개하다가 웬 커피타령이냐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읽고 대처하는 것이 지방의 살길이라는 생각이다. 너무 시류를 따라가는 것도 변화가 크지만 그러한 시류와 전혀 무관하게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물론 이 책에서처럼 재정적으로 자립이 가능하고 것만 번지르르 한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지속적으로 모이도록 하는 원칙이 중요하다.
8월에도 기대가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 이번에는 8월 21일 7시다. 장소는 역시 내동 캠퍼스 504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