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_타로 #한국과_일본의_최저임금
13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매우 급하게 돌아가는 한일 간의 이슈를 먼저 짚어보고 싶습니다.
한국 G11 참여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기 시작하는 일본. 그리고 그들의 허점.
군함도로 촉발된 아베의 폭망 테크트리.
먼저 한국의 G11 초청에 반대하는 일본의 이야기입니다.
정말 이 의문이 드는 나날이네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을 G11에 초청했습니다.
일본이 난리였죠.
처음에 일본은 산케이 같은 극우 매체가 조심스러운 논조로 ‘한국의 G7 참여는 아시아 유일 G7 국가인 일본의 위상을 흔들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뭐 이 정도야 예측 가능한 범위 내의 반응입니다.
적어도 일본 정부의 공식적 반대는 없었죠. 그랬는데 고노 다로 전 외무장관이자 현 국방장관 같은 극우인사는 물론, 비교적 온건하다고 알려진 관방장관(우리의 대통령 비서실장에 해당)까지 나서서 한국의 G11 참여를 반대하고, 그 의견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버젓이 말했습니다.
우리의 청와대에 해당하는 관방장관과 전 외무장관의 발언에 더해, 심지어 현 외무장관인 모테기 외무상마저 한국의 G11 참여를 반대합니다. 그것도 NHK에 출연해 “G7틀 자체를 유지하는 게 회원국 전체의 합의라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했죠.
이건 진짜 외교적 무례를 넘어선 확실한 도발입니다. 속마음으로 맘에 들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다른 부처와 달리 외교부의 수장은 끝까지 외교적 수사를 동원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의 외교부 장관조차 자국의 공영방송에 출연해 반대가 확실한 발언을 하는 것은 무례를 넘어선 도발로 해석될 수밖에 없죠.
화도 나지만 한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발언을 하면 할수록, 일본이야말로 G7 국가들에 신용할 수 없는 정부라는 확신이 들 테니까요. 특히, 아베가 넙죽 엎드리던 트럼프는 이를 갈고 있을 겁니다. 이건 일본 정부가 대놓고 트럼프의 재선을 반대한다는 시그널에 다름없으니까요.
한국의 G11 참여에 대해 반대하는 일본이 논리랍시고 들고 나온 게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을 대하는 한국의 자세가 G7과 다르다’
아베 정부는 단번에 한국과 중국을 적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이로써 시진핑의 일본 방문은 완전히 물 건너갔습니다. 아베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중국과 매우 좋은 관계이고, 곧 시진핑의 방일이 있을 것이다’라며 중국과의 친교를 한국에 마구마구 자랑했었죠. 그랬던 일본의 돌연 태도 변화라니 어이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제법 (일본 딴에는) 신박한 논리를 들었습니다.
‘국제협약을 지키지 않는 나라가 G11에 들어올 수 없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노역 보상 판결이 2015년 맺은 한일 위안부 협상, 즉 국제협약을 위배했다는 논리입니다. 당시 한일 위안부 협상에 “최종적, 불가역적” 문구를 한국의 사법체계가 무시했다는 논리죠. 이건 한마디로 아베 정부는 한국의 3권 분립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아니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논리가 빈약한 걸 넘어, 주권국가의 3권 분립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죠.
그래서 러시아를 끌어들입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도 국제조약을 위반했으므로, 국제조약을 위반하는 러시아와 한국을 G11에 초청하면 안 되다는 거죠.
그런데 이번에는 러시아는 쏙 빠졌습니다.
왜냐고요? 이미 한국과 중국을 때렸는데 거기에 러시아마저 원수로 만들면 너무 힘들거든요. 그래서 러시아는 쏙 빼고 한국만 반대합니다.
우리도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적어도 외교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 거죠.
우리 정부는 일본과 달리 상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법 매콤합니다.
“(일본이) 이웃 나라에 해를 끼치는 데 익숙하다. 몰염치의 수준이 전 세계 최상위권”
“국제사회가 일본(정부)의 수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서 별 영향을 없을 것”
맞아요. 별 영향 없어요. 우리는 이렇게 정도를 지키며 대응하면 그만입니다.
군함도 얘기, 하나 더 할까요?
이게 일본의 아킬레스건이에요.
군함도가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될 때, 조건이 하나 있었어요.
유네스코는 두 나라의 의견이 충돌할 때는,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지 않거든요.
유네스코는 한일 간 합의를 종용합니다.
그래서 나온 게, 조선인과 중국인 등의 강제동원과 노역이 있었다.
“forced to work” 이 말이 들어갑니다.
이 영어 문구는 나치 수용소에도 그대로 쓰인 말이니, 강제노역으로 번역하는 게 정확합니다.
유네스코는 이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전시관에 게재하는 조건으로 군함도의 문화유산 등재를 허락합니다.
그리고 5년 후, 아베는 군함도가 있는 나가사키가 아니라 도쿄 신주쿠 한복판에 ‘근대 산업화 전시관’을 개관합니다. 전형적 꼼수죠.
강제노역 얘기는 쏙 빠집니다. 친일파 부역자 후손의 목소리를 빌려 강제노역이 없었다는 영상도 곁들여서요. 군함도에서 조선인 노동자의 관리자로 일했던 조선인의 후손의 인터뷰였죠.
이 인터뷰 한 양반. 현재 당연히 일본인입니다. 정확히는 조선인 출신의 부모를 둔 일본인이죠. 이 사람의 아버지가 군함도에서 일했습니다. 그때도 호적이 일본적으로 조선적이 아니라 일본적이었어요.
당대는 일본인이더라도 호적이 일본적이 아니라 조선적이면 보이지 않는 차별, 결혼이나 승진 등 차별이 있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조선인인데 일본 국적에 일본적인 관리자가 조선인 노동자보다 좋은 대우를 받았을 것은 당연하잖아요.
우리 정부는 긴 말 하지 않습니다. 그냥, 15년 당시 이행조건 준수 미이행 사실을 유네스코에 전달했습니다.
유네스코가 역사 왜곡을 이유로 군함도의 문화유산 등재를 취소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초유의 사태가 되는 거죠.
일본 입장에서는 큰일입니다. 2019년 일본의 경제 도발의 논리적 근거가 무너지니까요. 일제 강점기에 강제노역과 장제 징용이 실재했다는 해석을 UN이 친절하게 내려주는 거거든요.
그래서 아베 정부는 한국의 G11 가입 반대, 유명희 통상본부장 WTO 사무총장 반대. 심지어 경제 정치와 아무 관계없는 정은경 청장의 WTO 사무총장 반대까지 외치는 거죠.
레이와 신센구미.
레이와는 일본의 새로운 연호. 신센구미는 막부 말기의 막부 세력의 수호자 무력집단입니다.
레이와 신센구미는 이름만 보면, 일본 전통의 가치를 지키려는 새로운 보수정치 세력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메이지 유신기와 일왕의 이야기는 다른 편에서 심도 있게 다루겠습니다)
‘보수주의자’야말로 전통과 나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소수와 약자를 보호하는 세력이죠. 이런 태도가 진짜 보수입니다.
야마모토 타로와 레이와 신센구미야말로 진짜 보수죠. 우리나라에도 이런 보수 정치가와 정당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야마모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과 한국인의 편은 아닙니다. 철저하게 일본의 실익을 우선하는 실리적이면서도 혁명적 변혁을 꿈꾸는 보수 정치인이죠.
야마모토와 레이와 신센구미가 집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집권을 한다 해도 철저하게 일본의 국익을 먼저 계산할 것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아베처럼 막가파식의 정치는 하지 않겠죠.
앞선 연재 편인 13회에서 말씀드렸듯, 야마모토 타로는 도쿄 도지사 선거에 입후보했습니다. 주요 공약으로 ‘도쿄 올림픽 반납’ ‘모든 도쿄 거주민(외국인 포함) 10만 엔 일괄 지급’ 등 아베로서는 기절초풍할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당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하지만 야마모토 타로가 어느 정도 득표할 것인지는 정말 궁금합니다. 도쿄 도지사 선거는 7월 5일입니다. (결과가 나오면 다음회에 정리해보겠습니다)
레이와 신센구미는 야마모토 타로가 2019년 창당했습니다. 일본 참의원 선거에 10명의 입후보자를 내고, 야마모토 타로의 개인의 인지도에 힘입어 약 100만 표 정도를 득표했죠. 야마모토 타로는 비례 3번이어서 본인을 제외한 비례 1, 2번의 후보를 당선시켰습니다.
대단한 득표입니다. 개인의 인지도로 이 정도의 득표력은 어지간한 거물급 정치인을 능가하는 수준이죠.
그리고 야마모토 타로는 그 후 전국 투어를 실행합니다. 도쿄, 오사카 등의 대도시는 물론 전국의 중소도시를 찾습니다. 거리에서 영상으로 자료를 보여주며 시민들을 설득합니다. 주로 경제 이야기였죠.
왜 일본의 서민들은 갈수록 괴로운 생활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지.
왜 정치 개혁 없이는 서민의 생활이 결코 향상되지 못하는지.
열변만 토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를 준비해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를 골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실업률이 올라간다”
흔히 듣던 말이죠. 임금이 올라가면, 특히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이 도산하고 경제가 망한다는 거죠.
우리 최저임금은 2017년을 기점으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2016년까지 일본의 최저임금은 지역별로 차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한국보다는 높았습니다.
우리가 채 육천 원도 되지 않을 때, 도쿄는 원화로 만원이 넘을 정도로 확실히 차이 났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야마모토 타로는 한국과 일본의 최저임금을 비교하며, 일본 정치를 질타합니다.
그것도 통계와 자료에 기초한 팩트를 동원합니다. 흔히 말하는 무거운 팩트 폭력인 거죠.
2020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8,590원입니다.
2019년보다 2.87% 인상되었죠. 계획은 만원까지 인상하는 것이었지만, 기업과 언론의 물어뜯기식 견제 속에 정부가 한발 양보했습니다.
‘쩨쩨하게 겨우 2.87%밖에 오르지 않았네’ 생각할 수 있지만, 2017년부터 매해 16.4%, 10.9%씩 상승한 겁니다.
이 사실에 야마모토 타로는 주목합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기만 하고, 지원금을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에게 전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이 사실을 거리의 일본인에게 외쳤습니다.
“한국은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만 생각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이익을 줄어들게 합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이 이를 지나치게 과장했죠. 우리 언론이 애써 외면한 사실을 일본 정치인은 간파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진짜 저력.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론과 기업의 집중포화를 무서워하지 않는 개혁정책을 칭찬했습니다.
야마모토는 한국 기업이 곤경에 처해 화를 내고 있다는 한국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팩트를 동원해 폭격합니다.
한국의 최저임금을 연구하고 있는 류코쿠 대학의 와키타 교수의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보수언론의) 비방과 중상이 진보적인 현 정권을 보수파가 견제하기 위해 전개된 측면도 있다”라는 발언을 가감 없이 소개한 거죠..
최저임금의 인상 때문에 나라 전체의 고용이 어려워진다라는 논리는 너무 단순하다고 일갈했습니다.
“한국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그 결과 2년간 27.3% 인상한 셈이 됩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10엔 올려놓고, 올렸다고 잘난 척하는 일본과는 다릅니다”
대체 일본의 최저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길래 야마모토의 사자후가 이렇게 계속되는 걸까요?
우리 법은 최저임금 기준을 위반하면, 사업주는 무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일본은 어떨까요? 법률 기준으로는 우리 못지않게 꽤나 가혹한 처벌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 차이가 있죠.
우리 최저임금은 전국 단일안인데, 일본은 지역마다 차등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2020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8,590원. 지금 일시적으로 높아진 현재 환율을 적용해 엔으로 환산하면 769엔.
2019년 통상 환율을 적용하면 850엔. 오히려 일본의 32개 현의 최저임금보다 한국이 높은 겁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일본은 거의 성장을 멈춘 상태였으니까, 당연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여기에 우리는 야간과 휴일 수당이 있죠. 야마모토는 이것도 언급했습니다.
한국의 야간수당과 휴일수당을 고려하면,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은 990엔(1만 30원), 그러니까 도쿄의 최저임금 983엔 조차, 2019년에 이미 넘어버렸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앞으로도 이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리라는 것도요.
OECD 국가 중, 전국에 통용되는 최저임금을 정한 국가는 우리만이 아닙니다. 독일, 대만, 포르투갈 등 총 9개국입니다. 이에 비해, 업종과 직종에 따라 구분한 나라도 있습니다. 이것도 나름 합리적인 구분이죠. 캐나다, 그리스 등이 직무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합니다.
그런데 전국 일괄적 용도 아니고, 직무에 따른 차이도 아니라 지역의 경제력 차이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달리 구분하는 나라는 일본과 미국 그리고 브라질 정도입니다. 주요국은 이 정도입니다.
야마모토 타로는 일본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일갈합니다. 이 부분은 원문을 그대로 옮깁니다.
그러면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저임금이 1.500엔까지 올라가는 건 문제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죠?
그러면 당신은 스스로 시급 1,500엔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시급 1,500엔은 월급으로는 24만 엔이에요. 이 정도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닐 생활이 가능합니까?
지금까지 계속 임금이 내려가는 걸 지켜만 봐왔잖습니까. 노동시간은 늘어나는데 말이에요.
이 임금도 비싸다고 기업이 항의하니까, 이제 일본인보다 값싼 외국인 노동력을 수입합니다.
또 지역은 도쿄보다 임금이 싸니까, 모두들 고향을 버리고 도쿄 같은 대도시에 허드렛일을 찾아 모여듭니다. 지역에 고스트 타운이 생기고 마을이 없어지는 건 이런 이유입니다.
그래서 국가 차원의 일괄 최저임금제가 중요합니다. 지방의 쇠퇴를 멈추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이 생활을 존엄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본도 최저임금이 1,500엔은 되어야 합니다. 적자를 보는 회사에 국가가 지원해야 하고요.
이것은 벌써 빈곤화되어가고 있는 일본을 끌어올려, 지방의 쇠퇴를 막는 것으로도 필요한 일입니다. 왜 일본의 정책은 3대 도시(도쿄, 오사카, 나고야)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까? 이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3대 도시를 위해 지방이 희생하는 것은 3대 도시에도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어떻습니까?
일본의 이야기지만, 묘하게도 우리 이야기처럼 들리시지 않습니까?
야마모토 타로.
이런 정치인 참 탐납니다.
보수주의자라면 이 정도 상식이 있어야 진짜 보수 정치인인 것 같아서요.
p.s / 일본 네티즌의 반응
이데올로기에 편향되지 않은 정치인.
이 정도 이야기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몇이나 있을까?
어디의 무슨 무슨 장관보다 훨씬 더 많이 공부하고 있구나.
우리는 노예야. 그런데 그 상황조차 인지 못하고 있어. 그러니 소비세를 인상하든, 우체국과 수도를 민영화하든 불평 않고 저임금으로 일하고 있지. 왜냐…. 우린 노예니까.
(다음 편에는 도쿄도지사 선거 결과와 야마모토 타로가 정치에 뛰어든 계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