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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재덕후 공PD Jul 13. 2020

 야마모토 타로–6부-

#야마모토_타로 #도쿄도지사_실패의_유산과_과제

야마모토 타로실패가 남긴 유산과 과제      


  야마모토가 패배한 여러 이유 중, 두고두고 세간에 회자될 게 있습니다.


  일본 최대 자치단체장 선거. 유력 후보 간 TV토론이 몇 번이고 있어야 하는 게 당연했죠. 

  민방은 물론 NHK에서도 몇 차례 있었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없었죠. 코이케 현지사가 바쁘다는 걸 핑계로 대고 링 위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코로나가 좋은 핑계였어요. 방역과 지역경제 현안에 몰두하느라, 한가하게 TV 토론 따위 할 시간이 없다는.    

  

  그건 그것대로 그렇다고 칩시다. 어차피 코이케 재선이 확실시되는 마당에, 당선 확실 후보가 괜히 TV토론 같은 데서 야마모토라는 토론의 달인에게 발목을 잡혀 좋을 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시민들은 어떻습니까? 도쿄 시민들은요. 어떻게 도쿄 도민들이 이걸 용인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코이케는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치르겠다는 입장이고, 야마모토와 사실상 야당 연합후보인 우츠노미야 켄지는 도쿄올림픽 취소가 공약이었습니다. 

  적어도 도쿄 도민이라면 우리 집 앞마당에서 열릴지도 모르는 빚더미 국제행사에 대해, 각 후보의 입장을 정확히 알고 싶지 않을까요?     


  야마모토 타로의 도쿄 도지사 패배는 상징하는 바가 여럿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왜 일본이 몰락하고 있는지, 그 여러 과정을 함축적으로 증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일본 덕후가 주목한 점은 일본의 청년층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일본의 청년들이 새로운 인물, 야마모토에 열광해서 일본의 새로운 희망을 봤다는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니까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잘 나가던 배우의 각성     


  야마모토 타로는 확실히 일본에서 튈 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잘 나가는 배우로 어려움 없이 살다, 정치적 소신 발언으로 연예계 경력이 단절됩니다.   이 정도 서사로, 그가 일본에서 여러모로 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압도적 자연재해 또는 사건·사고는 때로 누군가의 정치적 각성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야마모토와 많은 일본인에게 2011년 3월 11일이 바로 그런 날이었죠.      

  2011년 3월 11일은 동일본 대지진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쓰나미가 마을과 도시를 파괴하는 모습. 안전한 한반도에서 TV를 통해 지켜본 우리에게도, 그 처참하면서도 압도적 자연재해는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도 일본의 이웃들에게 구호품과 성금을 득달처럼 모아 보냈었죠.  야마모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겠죠. 

  언제나 자연은 인간의 준비를 우습게도 뛰어넘으니까요.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까지는 자연재해가 맞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처하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모습은 그 자체로 쓰나미보다 더한 재앙이었습니다.      


  일본 연예계에는 확실한 금기가 있습니다. 

  연예인은 정치에 대해 언급을 피해야 하죠. 

  대신 흩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야 할 때, 연예인은 너무도 쉽게 동원됩니다. 특히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는 말할 것도 없죠.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가 안전하다는 프로파간다에 연예인을 동원합니다. 후쿠시마 일대, 본격적 방사능 제염작업이 엄두도 못 내고 있을 때, 연예인을 동원합니다. 후쿠시마 농수산물이 안전하다며 그들에게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먹입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일본 국민이 후쿠시마를 찾아 자원봉사활동을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후쿠시마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습니다. 그리고 내부 피폭 판정을 받았죠.

      

  일본 정부는 최소한의 안전보장도 없이, 이웃을 위해 같은 동포를 위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일본인을 사지로 내몬 겁니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를 ‘먹어서 응원하자’라며, 전국 캠페인까지 만들어댑니다. 

  게다가 후쿠시마가 안전하다며, 원전사고 지역에서 일정 거리에 있는 후쿠시마 시민들을 모두 피난시키지도 않았습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이렇게 공식 발표했습니다.      


  자유롭게 피난하면 됩니다     


  이게 국가적 재난에 처한 지역민에게 정부가 할 소립니까? 어떻게든 피난부터 먼저 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렇게 남은 후쿠시마 사람들은 피폭당해 병을 얻고 쓰러져갔죠.     

  야마모토는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트위터에 글을 남겼습니다. 

  그의 성격답게 짧고 굵게 한마디 했을 뿐이죠.      


  입 닥친 채테러국가 일본을 지지할 수 없어!(黙って テロ国家日本の片棒担げぬ)”           



원전 반대 시위 그리고 언론의 주목     


  그리고 그다음 날 후쿠시마 원전 철폐 시위에 참여하죠. 

  2011년 4월 12일에 열린 이 원전 철폐 시위는 규모가 제법 컸습니다. 그런데 참가한 사람 중 유명 연예인은 야마모토 타로가 거의 유일했죠. 당연히 일본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2011년 9월 19일. 도쿄 메이지 공원의 원전 반대 집회. 약 6만 명 참여(왼쪽).  919 집회에 참여 중인 야마모토 타로(오른쪽)

  그는 심지어 도쿄에서 1,300km나 떨어진 규슈 사가현에 있는 반원전 집회에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가현은 대한해협과 마주하고 있죠. 이곳의 오래된 원전은 가동을 중지하고 있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전력이 부족한 일본은 사정이 급했죠. 그래서 하지 말아야 할 원전 재가동을 시도했던 겁니다. 이 반대 시위에는 참석자가 많지 않았어요. 그는 한층 더 주목받았고, 결국 업무방해 협의로 사가현 지검의 고발을 당합니다.      


  연예계에서 퇴출당하는 건 당연한 순서였죠. 

  출연이 확정되었던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쫓겨납니다. 

  야마모토는 소속사에 부담을 지우기 싫어, 스스로 소속사 퇴사를 결심하죠. 

  정말 강단이 보통 아닌 사람입니다.


  그는 평생을 연예인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막상 본업이 사라지자 당장 먹고 살 위기가 찾아왔죠. 그 후 연예인의 자존심을 접고 중소기업의 영업직으로도 활동하며, 퇴근 후에는 소규모 뮤지컬에 출연하는 등 나름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사생활로는 이혼 등등으로 고통받았죠.      


  결국, 그는 깨닫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정치계에 과감히 뛰어듭니다. 

  2012년 하원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 총선에 출마했습니다. 

  도쿄 8 선거구에 출마했죠. 초선이 그것도 기존 정당에 소속되지도 않은 채, 도쿄 같은 주요 선거구에서 당선될 리가 없었습니다. 분투했지만 안타깝게도 차선으로 낙선했습니다.


  하지만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도 사실입니다. 


  결심하면 그대로 실행한다는 느낌. 야마모토의 정책과 행동에는 동의하지 않아도, 그는 일본인이 그렇게 사랑하는 예전 사무라이 느낌을 물씬 풍겼으니까요. 

  보통 일본인에게 적어도 야마모토는 자기 뜻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내건, 그릇이 큰 사람으로 보였던 겁니다. 아베와 극우 정치인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감동을요.      


  그는 마침내 2013년 참의원 통상 선거 도쿄도 선거구에서 무려 66만 표를 얻습니다. 전체 순위로는 4위에 그쳤죠. 하지만 당선했습니다. 

  참의원 지역구 선거는 1위만 당선되는 소선거제와 2위에서 6위까지 당선되는 중선거구제가 혼용되어있습니다. 도쿄 같은 대도시는 중선거제도 선거구가 많습니다. 


  야마모토는 정치 입문 1년 만에,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으로 일본 정계에 발을 내딛습니다.      

  야마모토는 정치계 투신 후, 일본의 민주주의 역사 70년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유형의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단 숨에요.     


  야마모토는 후쿠시마의 처참함을 모든 일본인에게 어떻게든 알려야겠다 결심합니다. 

  보통의 일본인이라면 생각조차 못 할 방법으로요. 

  그것이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충격적 방법이더라도요.

  그것이 그의 목숨을 위협할 만큼 심각하더라도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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