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24위 #일본30위
추억의 단어입니다.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온갖 매체에서 자주 보고 듣던 말이죠. ‘국가 경쟁력’만 나오면, 단골로 따라오는 말이 있었죠.
“우리는 일본을 언제 따라잡나?”
“일본을 배워야 한다”
실제 일본은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80년대에는 미국을 제치고 1위를 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국가 경쟁력 순위라는 게, 매년 최상위권에는 미국 아니면 일본 정도였죠. 스위스도 단골 최상위권이긴 합니다만,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경제 규모가 너무 작으니까요.
‘국가 경쟁력’
이걸 발표하는 기관은 어디일까요?
스위스 IMD.
이거 뭐 하는 곳일까요.
IMD는 국제경영개발연구원(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입니다. 국제기관답게 스위스 로잔에 있죠.
IMD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상설 부속기관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은 다보스포럼이라 부르는 바로 그 유명한 포럼이죠. 스위스 다보스(Ddvos)에서 열린다고 다보스포럼입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정치인, 경제인은 물론 학계의 거물까지 참석합니다. 이를테면 경제 분야의 올림픽조직워윈회 같은 느낌이 들죠. 세계 최고 최대의 재벌기업만이 회원이 될 수 있고, 회원비와 참가비도 어머어마합니다. 마치 고대 올림픽을 현대에 부활하겠다며 선진국 회원 중심으로 IOC를 만들고, 정작 이익은 모두 IOC가 독식하는 모양과 흡사합니다.
다보스포럼의 부속기관인 IMD에서 매년 세계 경쟁력 연감(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이란 걸 발표합니다. 이게 바로 IMD 국제경쟁력 순위인 거죠. 조사와 발표 방식이 좀 묘합니다. 국가 경쟁력 순위를 평가하면서, 언론의 자유, 시민의 정치참여 보장 같은 건 빠집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것인데도 말이죠.
대신 경제의 성과, 정부와 기업의 효율성, 인프라(복지부문 포함)등 20개 부문으로 통계, 설문 등을 참조해 발표합니다. IMD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중요한 지표가 되니다. IMF와 세계은행이 참조하는 자료거든요.
또,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당연히 OECD 회원국과 주요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정합니다. 사실 IMD의 세계 경쟁력 순위 조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세계경제에서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간접증거기도 합니다.
한국은 2003년 사상 최초로 20위권으로 진입했죠.
역대 최고 순위는 2007년 11위까지 올라갔습니다.
2008년 13위로 두 계단 내려오더니, 2014년 26위로 급전직하.
이후 계속 20위권 언저리를 맴돌았습니다.
2017년 17위까지 올랐고, 차근차근 상승하다 올해인 2020년은 23위까지 회복했습니다.
우리보다 순위가 높은 국가 가운데, 인구수와 경제 규모로 유의미한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죠. 캐나다, UAE, 미국, 영국, 대만, 중국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주요 국중에서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가 상당히 높다는 걸 알 수 있죠.
일본은 몇 위에 있을까요?
30위권 밖입니다.
우리가 28위에 랭크되었던 2019년에도 일본은 30위로 뒤처졌었죠.
그런데 2020년에는 4계단 하락한 34위입니다.
80년대 미국과 함께 1위를 번갈아 차지했던 일본. 과거의 영광은 온데간데없습니다.
대체 누가 그리고 무엇이 일본을 이렇게 망가뜨리고 있는 걸까요?
동시다발로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범인이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이죠.
경제산업성은 일본의 중앙부처 중 하나입니다.
내각부, 부흥청, 총무성, 법무성, 외무성, 재무성,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농림수산성, 국토교통성, 환경성, 방위성 등 중앙부처의 하나가 바로 경제산업성(経済産業省)입니다.
줄여서 경산성(経産省), 일본어 발음으로 ‘케산쇼’라 부르기도 하죠.
경산성은 내각부와 함께 일본을 망친 주역 중 하나입니다. 한마디로, 일본 경제 망치기의 금메달리스트들이죠.
경제산업성은 과거 통상산업성이었습니다. 2001년 경제기획청을 더해 경제산업성으로 개명했죠.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나름의 슈퍼파워를 만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막상 하는 짓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다크 히어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