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음식 1.토마토

냉장고에 엄마의 사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어

by 김선영

2023년 여름, 유난히 토마토가 먹고 싶었어.










다홍색의 잘 익은 토마토를 차가운 물에 깨끗하게 씻고, 꼭지를 따, 0.5cm 두께 정도로 썰어.

그리고는 그릇에 담고 설탕을 뿌려주면 되는 간단하지만, 맛이 보장되는 토마토 절임을.

한동안 많이 먹었어.

맛있다고 호들갑까지 떨어가며 말이야.

그때까지만 해도 토마토에 대한 나의 원망을 떠올리지 못했어.

순진하게도 학창시절, 하교 후 집에 오면 엄마가 재워놓은 토마토 절임을 맛있게 먹었던 추억만을 떠올렸지.

간단하지만 또 막상 하려면 귀찮은 이 행위를 엄마는 여름이면 늘 해줬었구나….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자식들의 간식을 챙겨주었구나….

하교 후 냉장고를 열면 그렇게 엄마의 사랑이 재워져 있었구나….

그러고 말았어.

그리고 또 한 상자의 토마토를 주문해 먹을 즈음에서야 기억이 났던 거야.

이 썩을 토마토!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음식이자 내 고통의 원천 같은 토마토를 향한 나의 원망이.




2020년 3월에 엄마는 토마토가 그렇게 당긴다며 공판장에 가서 한 상자를 사 왔다고 했어.

엄마는 알뜰한 사람이라 마트 같은 곳에서 뭘 사는 사람이 아니었어.

부지런하기도 해서 새벽 공판장에 나가서 필요한 것들을 구매했지.

물론 대부분은 자식들에게 보내기 위한 거였어.

하지만 토마토는 아니었어.

엄마가 너무나 먹고 싶어 샀다는 거야.

잘했다고, 이제 엄마도 엄마가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것하고, 그렇게 살라고 말해주었어.

2016년 3월 아빠의 죽음 이후,

시골에 혼자 있던 엄마는 그즈음에서야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어.

평생의 숙제였던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했어.

한약 다이어트였는데, 금세 8㎏이나 빠졌다고 했어.

너무나 좋아하는 엄마의 달뜬 목소리에 잘했다고 했지.

그래도 너무 갑자기 많이 빠지면 안 좋으니 잘 챙겨 먹으라고 말했어.

궁금했어.

1월 말 설날 연휴에 봤을 때 엄마는 안으면 포근하게 착~ 밀착되는 몸매였거든.

엄마의 날씬한 몸매는 과거 엄마·아빠의 결혼식 사진에서만 봤지 본 적이 없었어.




하지만 끝끝내 나는 날씬한 엄마를 보지 못했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은 수의를 입은 채였거든.

수의는 안타깝게도 날씬해진 엄마의 모습을 가리고 있었어.

엄마를 안았는데, 포근하지 않았어. 밀착되지 않았어.

엄마의 차가운 몸을 나의 온기로도 데워줄 수 없었어.

급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대해 하얀 종이 위엔 심근경색, 고칼륨증…. 이란 단어들이 나열돼 있었어.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것이 칼륨이라는데, 고칼륨이라 치명적이었을 거라고?

칼륨이 많이 들어있는 대표적인 음식이 토마토라고?

하아…….


그 뒤로 나는 토마토가 역겨웠어.

토마토를 보면 화가 났어.

엄마의 죽음에 대한 모든 원망을 토마토에 했어.

다시는 죽어도 토마토를 먹지 않을 거라 다짐했어.

고작 3년이면 잊을 다짐 따위를 했던 거지.

나는 겨우 이런 인간인 거야.

도리보단 본능에 지고 마는 시시한 인간 말이야.

토마토가 당겨서 토마토 절임을 양껏 해 먹고 나서야 겨우 아, 내가 그 토마토를 먹었구나….

물색없이 사는구나….

그러고 나니 나는 또다시 토마토가 싫어져.

냉장고에서 썩히는 중이야.




문득 나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봤어.

하교하고 온 집은 텅 비어 있어.

늘 그랬어.

하지만 괜찮았어.

더위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의 어린 내가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 손을 뻗으면,

언제든 그곳엔 엄마의 사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거든.

그릇 가득 재워져 있던 시원한 토마토 절임이.


엄마…. 잘 먹었고, 고마웠고, 맛있었어.

그땐 이런 말을 했었던가…. 기억이 안 나네.

생각해보니, 토마토 절임은 사랑이더라고.

나도 냉장고에 나의 사랑을 담아 넣어두려고 해.

이제 와 생각하니 엄마의 음식은 모두 사랑이었네.

그 사랑을 하나씩 꺼내보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