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음식 4.황도

엄마, 어쩌면 인생이 일장춘몽은 아닐지도 몰라

by 김선영

엄마는 벚꽃이 흐드러지던 꽃향기 가득한 3월의 봄날에 갑자기 죽었어.











흩날리던 벚꽃잎들이 눈물 같았어.

휘휘 뚝 뚝 우수수….

하염없이 흐르던 나의 눈물처럼 쉼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어.

그리고 쌓였어. 나의 아픔이 더해지듯이.

벚나무도 우는구나.

아름다운 꽃잎들을 모조리 떨어내야 하니 왜 안 슬플까….

나의 눈물은 모조리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아... 슬퍼라.

그땐 모든 것이 슬펐던 날들이었어.


무엇보다 그즈음, 엄마의 황도 밭에 핀 연분홍 복사꽃을 보는데….

그게 그렇게 슬픈 거야.



‘복사꽃아, 너 이제 어떡할래? 너 키워주던 주인이 사라졌는데….

복사꽃아, 너는 다시는 열매를 맺지 못하겠구나….

복사꽃아, 지금이 너의 일장춘몽이구나….

복사꽃아, 이젠 너도 안녕.

복사꽃아, 마지막 꽃을 피워줘서 고마워.’


하며, 마지막 복사꽃이 너무 예뻐 목놓아 울었어.

모든 것이 허망하더라고.

저 예쁜 것이 다시는 꽃을 못 피우겠구나 싶었거든.




그런데 말야.

‘다시는 없을 거야….’ 했던 일이, ‘다시’ 일어났어.


2021년 8월 잘 익은 황도 한 상자가 내게 ‘다시’ 왔어.

엄마의 황도 나무가 다시 열매를 맺은 거야.


사돈 어르신이 엄마의 황도 나무를 소중하게 옮겨 심고, 돌보고, 키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게 하셨어.

주인 잃은 나무가 방치되다가 썩어 없어질 줄 알았는데….

황도 나무의 생명을 이어가게 해주신 사돈 어르신 덕분에 나는 엄마의 모든 것이 몽땅 사라진 건 아닌 것 같아서 늘 감사한 마음이야.

정말이지 그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올해도 황도 한 상자를 보내주셨어.

그 상자를 본 순간부터 난 또 울어버렸지 뭐야.


나는 황도를 먹는 게 아니라, 그리움을 먹어.

엄마의 망고 맛 나는 당도의 황도가 아닐지라도,

엄마의 양손 주먹 크기의 큼지막한 황도가 아닐지라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귀하게 한 입 한 입 삼켜.


이제는 사돈 어르신의 황도 나무가 되었지만, 그 귀한 나무에서 나는 열매는 나에게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 그 자체거든.

다신 없을 것 같았던 순간을 다시 경험한다는 건, 말할 수 없는 감동이야.

엄마가 모조리 사라진 것 같지 않거든.




엄마….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고 맞은 첫 여름에, 마트에서 황도를 보자마자 울컥했어.

여름이면 황도를 양껏 먹는 것이 당연했는데, 황도 한 알이 그렇게 비싼 줄 몰랐네.

못 사 먹었어.

이 귀한 걸 나는 별생각 없이 당연하게 받아먹었구나….

엄마의 수고로움을 참 몰랐구나….

엄마가 없으니, 다시는 황도를 못 먹겠구나 했어.

엄마의 황도가 아니면 나에겐 의미도 없었으니까, 굳이 사 먹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데 엄마, 어쩌면 인생이 일장춘몽은 아닐지도 몰라.

한순간 꽃피우고 끝날 것 같지만, 아니더라고.

엄마의 황도 나무를 소중히 옮겨 심어주신 사돈 어르신처럼,

엄마의 무언가가 소중히 계속 이어지고 꽃피우기 위해 애쓰고 있을지 몰라.


늘 땀 흘리며 성실하게 살아온 엄마의 삶의 유산을 우리가 이어갈 테니까.

엄마의 모든 것이 모조리 사라진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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