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음식 5.고추쫑쫑
엄마의 택배 상자를 여니, 서럽던 내 맘의 상자가 열려 버렸네
by
김선영
Sep 7. 2023
지금은 마트에서 늘 사 먹어야 하지만, 때가 되면 시골에서 올라오던 엄마의 택배 상자엔 양파, 감자, 고추, 호박, 파, 사과 등은 매번 들어있었어.
철마다 나오는 과일들은 때마다 바뀌곤 했고, 가끔 뜬금없는 것들도 들어있었어.
어디서 받아왔는지 모를 고무장갑, 비닐장갑 같은 것들이.
그리고 엄만 내가 읽었으면 하는 신문기사나, 브로셔 같은 걸 꼭 맨 위에 올려서 보냈지.
읽었냐고?
아니.
뭐가 문제인 건지 나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느낄 만큼 반골 기질이 있었거든.
그래서 그런 걸 보낸 엄마의 의도를 빤히 알면서도 싹 무시하고 바로 재활용 통에 넣었어.
엄마의 의도를 너무 알겠어서 더 싫었던 것 같아.
전혀 관심 없는 것을 강요받은 기분이었달까….
하아... 기억났어.
엄마 때문에 (그래, 들여다보면 다 돈 때문이었지만) 내가 원했던 전공을 하지 못하고,
내가 원했던 대학교에 가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엄마로 인한 서러움이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했던 것 같아.
언제나 엄마에게 나는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지만, 고3 때만큼은 내가 주인공일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었어.
안타깝게도 난 그때도 조연이었어.
왜 늘 나의 사정이 좋아 보였던 걸까…. 엄마 눈엔?
성인이 된 후에 나는 종종 이모들의 입을 통해 엄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었어.
이모들이 그랬대.
“딸내미한테 너무 많이 바라는 거 아이가? 딸내미한테 뭐 좀 해주고 바래라~”
라고. 그럼 엄마가 그랬단 거야.
“뭐! 어때서? 그케도 잘 살잖아…. 할 수 있으니까 해준 거지.”
라고.
아니야.
아니었어.
무리해서라도 도움을 주지 않으면 안 됐던 엄마·아빠의 상황에 어쩔 수 없던 거였어.
나를 위한 걸 포기한 거였지, 잘 살아서 해준 게 아니야.
할 수 없었지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내 딴에는 엄청난 애를 쓴 거야.
그리고 이건 나중에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깨달은 건데, 어쩌면 그렇게 해서라도 엄마의 최우선 순위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난 엄마의 최우선은 되지 못했지만 말이야.
물론, 알지.
그런 생각과 말을 하면서도 엄마가 나에게 고마워했다는 거.
그런데 엄마….
내가 우울증이 심해지고 견딜 수 없을 만큼의 감정 끝에 다다랐을 때,
혹 내가 내 아이에게 잘못할까 봐 겁이 나서 회사를 그만둔다고 결심했을 때,
사실 그 순간에도 엄마가 그래도 좀만 더 참고 다녀보라고 할까 봐 미리 상처받을 준비를 했었거든.
하지만 그때 엄마가 한 말로 그간의 나의 노력이 인정받고 보상받는 기분이었어.
엄마에게 첨 들어본 말이었거든.
무슨 말이었냐면,
“그래.. 우리 딸 그동안 너무 수고했지…. 인자, 하고 싶은 거 해….”
그때, 해방감... 같은 걸 느꼈어.
답답하던 세상이 시원해졌어. 뻥
뚫린 기분...
그리고, ‘와~ 가족이 내 편이 되어 준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를 절감했지.
아직도 그 통화가 생생한 거 보면, 진짜 진짜 그 순간이 행복했던 거 같아.
물론 지금도 문득문득, 엄마가 하늘나라에 갔음에도, 엄마를 향한 서러운 맘이 떠오르곤 해.
어쩌겠어. 그 오랜 세월 내가 느낀 감정이 그런걸…. 쉬이 가시진 않아.
흉터 같은 거야.
통증이 느껴지진 않는데, 그 기억이 선명해서, 그 자국이 남아서 맘이 아픈 거지.
엄마의 택배 상자를 여니, 서럽던 내 맘의 상자가 열려 버렸네.
아무튼, 우리 엄만 음식을 해서 보내는 보통의 엄마들과는 달리, 음식 재료를 보냈단 거야.
그 중 간장게장을 가뿐히 이길만한 밥도둑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있는데, 바로 고추야.
엄마가 자주 해줬던 반찬인데, 고추쫑쫑이라고, 정확한 명칭을 찾아보니, 반찬 사이트에 고추다대기라고 돼 있네.
고추 쫑쫑만 있으면 다른 반찬은 필요 없어. 장담해!
1. 고추를 다듬는다
2. 고추를 다진다
3. 멸치를 다듬는다
4.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멸치를 볶는다
5. 다진 고추를 넣어 같이 볶는다
6. 마늘과 국간장을 넣고 살짝 볶는다
7. 물을 자작하게 넣고 졸인다
8. 간을 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9. 먹는다(식히면 더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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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음식
03
엄마의 음식 3.다슬기(고디)
04
엄마의 음식 4.황도
05
엄마의 음식 5.고추쫑쫑
06
엄마의 음식 6.카레
07
엄마의 음식 7.칡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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