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음식 6.카레

들통 가득 엄마의 사랑이 담겨 있는 거더라

by 김선영

그거 알지?













오후 4~5시쯤이 되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맘카페 단골 고민 글.

‘오늘 저녁은 뭘 드시나요?’

나 역시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되면 그즈음 맘카페에 들어가 봐.

주로 제철 음식들이 추천되곤 하는데, 정 할 게 없다 싶으면 나는 이 음식을 선택해.

바로 ‘카레’.


냉장고 어딘가에 해 먹고 남은 카레 가루나 카레 큐브가 꼭 있거든.

양파, 감자만 있어도 카레를 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잖아.

또 맛이 없기도 어렵고.

맛이 보장된 카레는 언제나 환영을 받아.

카레와 잘 어울리는 훈제오리고기나 돈가스를 함께 차려서 풍성하고 맛있는 저녁 한 상을 내면 뚝딱뚝딱 밥그릇이 금방 비워져.




그런데, 카레를 대용량으로 들통에 끓여서 아침, 저녁, 다음 날 아침, 저녁, 또 다음 날 아침, 저녁…에 먹으면 말이야, 맛없기 어려운 카레가 맛이 없어.

며칠 연속으로 먹어봐봐 안 질리고 배기나.

다행히 점심은 학교에서 해결하니 먹지 않아도 됐었어.

물론 점심때마다 분식점에서 사 먹던 라면도 지겨웠지만 말이야.

친구들의 도시락이 늘 부러웠는데….

친구들은 라면을 사 먹는 날 부러워했지.

다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 있는 법이니까.




엄마는 들통 가득 묽은 카레를 종종 끓여줬어.

당시엔 카레가 집에서 늘 먹는 평범한 음식은 아니었어서 그걸 해 줄 때마다 엄마는 특별한 요리를 해 주는 듯했지.

당시만 해도 나는 카레는 들통이나 큰 냄비에 묽은 국처럼 끓여내는 건 줄 알았잖아.

한 두어 번까진 맛있게 먹었지만, 그 뒤론 손이 잘 안 갔던 거 같아.

끓이다 보면 졸여져서 되직해지잖아?

그럼, 거기에 물을 좀 더 부어 묽게 만들어.

양은 늘어나지만, 맛이 어떻게 되겠어?

점점…. 정말 점점…. 먹고 싶지 않지.

그릇들이 노랗게 물드는 것도 너무 싫었고.


카레뿐 아니라, 엄마는 한 번 만든 음식을 계속 먹게 내놓았었어.

그땐,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으니 먹었는데, 크고 나서 알았지.

나는 같은 음식을 두 끼 연속으로 잘 안 먹는 사람이다... 라는 걸.

어렸을 때의 그런 식생활이 싫었던 걸까?

그땐 딱히 별생각이 없던 것 같은데, 김치찌개나 미역국처럼 오래 끓여야 맛있는 음식을 빼고는 두 번 이상 먹지 않게 상을 차려내.

김치찌개나 미역국도 두 번이면 족하고.


그래서였을까?

아들 이유식도 매끼 다른 조합으로 해 먹였더랬어.

이유식 책에 매끼 다른 조합의 레시피가 적혀 있어서, 그냥 그대로 했던 거 같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그렇게 해야 하나 보다 했거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엄마들은 한 번 만들 때 많이 만들어 여러 번 먹이기도 하더라고.

그렇게 해도 되는구나…. 를 뒤늦게 알았지만, 생각했지.

내가 아기라면, 매끼 같은 이유식을 먹고 싶을까?

그래서 이유식을 끝낼 때까지, 늘 다른 조합으로 먹이려고 사서 고생을 했지 뭐야.

그 덕에 우리 아들이 뭐든 잘 먹냐고? 미식가냐고?

아니, 아니야.

혹, 이제 곧 이유식을 해야 할 엄마들이 있다면, 괜한 고생은 넣어둬.

사서 먹여도 돼.

그저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먹여주면 되니까...

그리고 좀 크잖아? 뭘 해줘도, 라면을 이기지 못해.

라면 하나면, 최고요리사 엄마가 될 거야.




있잖아….

이렇게 엄마의 음식들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생각에 잠기다 보니 말이야….

우리 엄마, 참, 애썼다 싶어.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새벽 일을 끝내고 들어와서는 아침 겸 저녁을 준비해 놓고, 학교 가라 하고는 나가서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고 우리가 잘 무렵에야 들어왔어.

그런 삶을 살아왔던 엄마에게 보통의 엄마들이 해 주는 음식을 바라는 건 너무한 일이었더라고.


“어차피 시집가면 하는데, 고생시럽게 뭐 벌써부터 살림을 하노. 고생은 했던 놈이 계속하는 거라. 우리 딸은 고생하지마.”


라며, 엄만 그 힘든 와중에도 나에게 살림을 시키진 않았어.

고작 중고등학교 교복만 내가 빨아 입었던 것 같아.

나도 참 철이 없었지….




엄마…. 어렸던 나는 몰랐어.

그저 질리고 지겹고 싫었어.

근데 지금 와보니, 들통 가득 엄마의 사랑이 담겨 있는 거더라.

요즘 다시 일을 시작해서 저녁 시간에 아들과 함께 있지 못하니 더 알겠어.

누군가의 끼니를 챙기는 일은, 사랑이더라.

그게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한 거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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