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하는 길에 해외 발신의 다소 황당한 이메일을받아보았다.평소에도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해외담당자가 보낸 업체 제안서나제품소개서 등을 이메일로종종 받아왔던 터라 특이한 상황은 아니었다.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아랍 에미리트 은행 직원이며, 한국 국적의 이 씨(Lee) 성을 가진 사람을 찾던 중에 링크드인에서 나의 프로필을 보고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이다.
본인이 근무 중인 은행에 Michael R. Lee라는 사람이 $36,000,000(한화로 약 500억 원)의 정기 예금을 가지고 있었는데, 2015년 일어난 네팔 고르카 지역의 대지진으로 불행히도 사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본인을 고인의 친구이자 계좌 관리 담당자라고 소개하며, 작년 말에 고인의 정기 예금의 기간이 만료되어 갱신이 필요한데, 계약 당시 별도의 가족이나 상속인을 지정하지 않았고 미혼인 데다가 자녀도 없기 때문에,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 은행 경영진들이 그 예금액을 모두 써버릴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한국 국적의 이 씨 성을 가진 나에게 연락을 했으며, 내가 상속인이 되어 예금액을 수령하면 본인과 50:50으로 나눠갔자고 제안했다. 은행의 경영진들은 이미 큰 부자들이기 때문에 돈은 우리가 갖는 것이 낫고 송금은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어떠한 법적 리스크도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모든 내용은 일급비밀이니 (TOP SECRET)이니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하 이메일 본문]
메일을 읽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36,000,000이면 대략 500억 원인데 반으로 나눠도 250억이라는 엄청난 금액이다.
게다가 마이클이라는 사람은 죽었다지 않은가! 양심에 크게 거리낄 일도 없다.
대문자로 된 TOP SECRET이라는 말에 떨리는 마음으로 혹시 누가 날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슬쩍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이 씨는 한국에서는 비교적 흔한 성씨이다. 아랍과 사회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성 씨가 같다는 이유 만으로 그 큰 금액의 친족상속인으로서 인정해준다는 점은 아무래도 수상했다.
온라인 검색을 해보니 링크드인 통해서 위와 유사한 이메일을 받은 사례들이 있었다. 이런식의 스토리 텔링을 하고 영문 이메일로 접근하니 교묘한 수법에 여차하면 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어 이메일 원문을 공유한다.
어이없는 이메일에확인 차 답장이라도 보냈으면 자칫 더 깊게 더 엮일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이럴 땐 '무대응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이메일 내용 중 영어 공부하기 좋은 단어나문장을살펴보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 surname
(성 씨를 나타내는 말로 family name, last name과
같은 의미)
■ a fixed deposit(정기 예금)
■ My bank management yet to know about this dea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