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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당재 Sep 28. 2021

여행을 꿈꾸다

제주 D-15

K형


제주는 지금 흐리고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네.   

글을 수정해야 하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며칠째 파일을 열지도 않고 있어.


오늘은 아침 일찍 정비소에 차를 맡겨 놓고

잔여백신을 알아보다가 좀 피곤해져서 잠을 잤지.

화이자를 맞아야 하는데   

모더나만 검색이 되고 있어

지난달에는 모더나가 없어서 화이자를 맞았는데

이번 달에는 수급이 반대인가 봐.


정비소에 맡긴 차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고치려 했던 것인데

기아 서비스센터에서 푸대접을 받은 것이 화가 나서

그냥 내버려 뒀던 거야

너무 낡고 오래되어서 환영받지 못한 것이

꼭 나를 지칭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잔여 백신 접종과 차량 수리를 기다리다가 문득

내 상황도 다른 이에겐 배 부른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어  

형은 기저 질환이 있어서 백신 접종이 어렵다고 했잖아?

또 차가 없는 사람은 차를 고칠 수도 없겠지

고비가 없는 사람은 고비를 넘을 필요가 없다고 

자위하면서 집으로 걸어왔어.


차를 고치는 동안 여행지를 검색하면서 

몇 군데 표시를 해두었어. 

작은 서점 몇 군데와 성당이 떠올랐어

꼭 가보려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조금씩 여행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라는 것이 참 이상하지?

여행 날짜를 정하고 나니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아

평소에는 그냥 의미 없이 지났을 시간일 텐데 말이야.

즐거운 날도 이렇게 빨리 다가오는데

슬픈 일이라면 얼마나 무섭고 서글플까?


카르페 디엠!

카르페 디엠!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정비소에서 전화가 왔어

중고차 시세의 1/3을 주고 차를 찾아왔지


후일, 내가 더 늙고 초라해져서

병원비가 나의 사회적 가치보다 높다 해도

기꺼이 그 비용을 치를 거라 생각해

나를 싣고 멀고 험한 길을 달렸던 

내 차에게 좀 덜 미안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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