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D-14
도시에서의 삶은 돈 쓰는 걸로 기록된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부모님을 모시고 목욕탕에 갔다.
어머니가 티켓 두 장을 줘서
옛날처럼 탕 속에 아버지와 얼굴만 내밀고 있었다.
이윽고 얼굴이 달아오르자 탕에서 나와 아버지 등을 밀어 드렸다.
아버지의 건장했던 팔과 다리는 홀쭉해져서 흰 피부가 늘어져 있다.
목욕을 마치고 점심을 매콤한 주꾸미 덧밥이라도 먹으려 했으나
어머니는 이가 안 좋아 주꾸미를 깨물 자신이 없다 하신다.
그래서 삼겹살 구이를 먹자고 하자, 또 직화는 건강에 안 좋다 하셨다.
보쌈집을 찾았으나 주변에 없어서 그냥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비 오는 날엔 얼큰한 멸치 칼국수도 좋다.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는 데
비는 계속 와서 잠이 쏟아졌다. 커피숍에 가려고 했으나
그냥 집으로 돌아와 혼곤한 낮잠을 잤다.
잠에서 깨니 날은 저물고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다리를 보자
모기 물린 자리가 별자리처럼 붉다^^
새벽에 모기 때문에 잠깐 깬 것이 생각났다.
소리가 나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으니
헌혈을 하는 수밖에...
어쩌면 조금씩 내 피를 빨아먹는
모기를 사육하는지도 모른고 생각했다..
누나에게 전화하니
'집마다 모기 한 마리씩은 키운다'라고 했다.
우산을 들고 가을비를 맞으며 약국에 갔다.
큰길 가에 접해 유일하게 불이 켜진 약국을 들어가자
중년의 여자가 코로나 접종 후 소화가 안 된다며 상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처음 가는 약국의 진열대를 돌며
비타민이며, 파스며, 가정 응급약 칸 아래 전자 모기약을 집어서 계산했다.
약국에서 나와 근처 편의점에서 탄산음료를 한 병 샀다.
점심에 먹은 것이 소화가 되지 않아서
속이 더부룩했기 때문이다.
비에 젖은 편의점 간판과 함께
비를 맞으며 탄산음료를 마셨다.
문득, 도시에서 삶은 돈 쓰는 것으로 기록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여행은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밤늦게까지 가을비가 추적거렸고
비 오는 창 밖 가로등을 보면서
K와 함께 할 제주의 밤을 생각했다.
K는 몸이 안 좋아져서 가려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맛보기를 좋아하는
내 식성대로 해선 안 되는 것이다.
제주의 건강음식점들을 찾아볼 생각을 하다가
재미가 없어 그만두었다.
일단 가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