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D-6
어제는 구름이 예뻤다. 전주에 회의가 있어 가는데 하늘의 구름이 정말 끝내줬다. 저 구름을 떼어다가 제주도에 가져다 두고 싶었다.
제주에도 구름이 있겠지만, 가장 예쁘고 좋은 것을 보고 싶다. 내가 식물성이기 때문일까?
나의 취향은 '나무들'처럼 익숙한 공간에서 생명유지를 위해 작업한다.
다른 나무와 이웃하고 있으나 경계를 넘지 않는다.
새로 사귀는 사람도 나의 나무에 깃든 새와 같다.
가지에 앉아 있다가 '날아가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다
한때 둥지를 틀기도 하지만, 어느 날 날아가서 돌아오지 않으면 그뿐이다.
고독한 '나무의 삶'은 어쩌면 나의 취향이고 '자유로운 구속'을 받아들인 나의 선택이다.
나무는 여행을 꿈꾼다.
이곳이 내가 찾은 가장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 미지의 곳으로 씨앗을 보내듯이
언제나 여행을 꿈꾼다. 사는 게 서툴기 때문이다.
그 여행은 어쩌면 돌아오기 위한 여행이다.
코로나 2차 접종을 했다. 접종 후엔 투명인간이 된다고 한다.
어렸을 때 봤던 소설 <투명인간>은 박사가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약을 먹으며 시작한다. 박사는 그 약을 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투명인간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한다.
2차 접종 후에는 무척 아프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일까? 다가올 아픔에 약간의 기대가 되는 한편 걱정이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몸이 반응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특별한 체험이기 때문이다
내가 곧 아파진다고? 내 몸이 말을 걸길 기다린다.
방금 긴 통화를 했는데 수화기를 들었던 손이 부은 것 같다.
생각해보니 주삿바늘이 들어간 반대쪽이다 이럴 수도 있나?
주사기로 몸에 들어온 이물질이 몸을 돌면서 여기저기 질벅거리는 것 같다.
그래서 몸의 안 좋은 부분에 포착하면 그 부위를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건가?
상대의 가장 약한 부분을 나의 가장 강한 무기로 공격하는 것은 오래된 전술이다
코로나 접종이 이렇게 아프고 힘든 거라면 앞으로 성인식은 코로나 접종으로 대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숯불 위를 맨발로 걸어가는 아픔'을 겪어야 성인으로 대접받는 어느 나라에 성인식처럼 말이다.
코로나 접종 후 며칠간 스케줄을 비운 탓에 이번 주만 끝나면 휴가가 시작되는 것이다.
제주 여행 생각을 하자 머릿속이 흰 구름처럼 신난다.
그러나 아직 내겐 '나무의 스케줄'이 남아 있다.
이번 주말에 여섯 개의 행사를 해야 한다.
몸이 잘 버텨내야 할 텐데....
몸이 보내오는 신호를 궁금해하며 여행을 기다린다.
아프다는 건 내가 살아 있기 때문이고
또 아프다는 것은 뭔가 결핍이 있기 때문이다.
시험을 앞둔 딸 아이가 마음 잡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아픈 것은 뭔가 사랑할 것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것이다.
나무가 기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몸아 조금만 아프렴,
안녕 너 살아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