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비주얼 라이브러리 만들기
디자인을 하다 보니 디자인하는 사람들을 학교, 인턴과 직장 생활을 하며 많이 보았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마다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 다른 것을 보는데 그런 걸 보면서 왜 개인마다 디자인의 감각에 대한 차이가 생기는지 연구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좋은 감각, 나쁜 감각을 포함하여 감각의 다양성의 차이를 말한다) 거꾸로 이를 통해 저의 디자인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우선 선천적인 재능 같은 것이 있겠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한다면 자라온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환경은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지내온 가정환경이 가장 클 것이다. 부모님이 예술에 조예가 깊어 미술 전시회도 보러 다니고 집에도 어여쁜 것들만 가져다 놓는다면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도 당연히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선천적인 거라 개인이 바꿀 수는 없다. 나는 디자인을 잘하고 싶으니 예술적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야지 할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후천적으로 디자인을 잘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자신을 최대한 멋진 것들에 노출시켜야 한다'이다. 머릿속에 멋지고 쿨한 것들이 많으면 그만큼 아웃풋도 멋진 것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내 안에 의식, 무의식적으로 들어있는 이미지들을 '비주얼 라이브러리'라고 한다.
개인마다 이 비주얼 라이브러리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다. 아무래도 디자이너들은 평범한 사람들보단 비주얼 라이브러리 자료가 방대하다. 예를 들어 코끼리를 그려보라 할 때 코끼리에 대한 생김새가 머릿속에 있는 사람은 코끼리를 보지 않고도 머릿속의 코끼리 자료를 꺼내 그려낸다. 디자인은 새로운 걸 창조해내는 것인데 있는 걸 그냥 똑같이 그리면 무슨 소용이냐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야 할 땐 있는 재료들끼리 서로 섞이고 조합되어 재창조된다. 당연히 재료들이 풍부할수록 더 다채로운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물론 안 좋은 점도 있다. 내가 학교에서 스포츠카 프로젝트를 할 때 여러 레퍼런스 자료를 찾아가며 디자인을 했는데 그중에 인터넷에 올라온 다른 사람의 스케치도 있었다. 한두 달이 지나 디자인이 디벨롭이 끝나고 렌더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다시 본 그 사람의 스케치와 내 디자인이 매우 닮아 있는 걸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의식적으로는 그 스케치가 기억도 잘 안 났었지만 나의 무의식은 그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는지 손은 그 사람의 디자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음악에서의 표절 논란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한 가지 내가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새로운 차를 보다가 재미있는 디자인이 있을 때 한번 보고 그려본다는 것이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그리면서 면들이 만나는 입체적 형태와 선들을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정리하는 것은 머릿속에 각인의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이런 식으로 꾸준하게 축적해간 비주얼 라이브러리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디자인을 잘하고 싶으면 본인의 비주얼 라이브러리를 풍성하게 채우고 그것들을 체화해나가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집에 틀여 박혀있는 것을 좋아해 전시회나 핫플레이스들은 자주 안 갔지만 꾸준히 챙겨보는 디자인 블로그들이 몇몇 있었다. 주로 건축, 패션, 콘셉트 아트 등을 소개하는 블로그들이었다. 요즘엔 인스타나 핀터레스트를 많이 본다. 형태적인 것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당신이 좀 더 멋진 디자인을 하는데 도움되는 글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