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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Dec 22. 2020

또 하나  미국의 얼굴 ‘ 힐빌리 엘레지’.....

 

한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의지와 환경이란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이 영화를 통해 새삼 느낀다. 어쩌면 이 글은 영화에 대한 감상평이 될지, 아니면 JD 자서전에 대한 감상평이 될지 글을 쓰는 나 자신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글을 시작한다.

JD의 자서전이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나는 그의 글을 읽었다. JD의 성장 과정에서 일어 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20년째의 미국 이민생활에서 느끼는 내 주변의 미국인들의 삶을 내 느낌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서 무릎을 칠 정도로 공감했다.

그리고 JD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일부가 내가 살고 있는 조지아주 메이컨이란 도시에서 촬영되었고, 심지어 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로케이션 캐스터가 다녀 가기도 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 결국 로케이션 캐스터가 다시 오지 않았고, 촬영 장소가 되지 못했지만..)

2020년 11월 넷플릭스를 통해 기대하던 영화 ‘ 힐빌리 엘레지’를 보았다.

영화는 mamaw(외할머니... 그곳 사투리로 할머니를 이렇게 불렀다.) papaw ( 외 할아버지 : 할아버지의 사투리)의 고향인 켄터키주의 잭슨 산골마을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대가족 제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산골 마을의 전경, 가족 간의 끈끈한 의리가 보이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오하이오주 미들 타운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회상에서 13살의 어린 mamaw가 고향을 떠나온 계기를 암시하며, 가족의 깊은 생채기를 드러낸다.

엄마의 빗나간 결혼생활, 그리고 마약... 이런 것들로 인한 JD의 어린 시절 혼란과... 그리고 예일 로스쿨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계층적 갈등, 이라 표현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마약 문제로 자신에게 부담을 주는 엄마의 문제) 이런 장면들을 교차하여 보여 주면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영화는 그렇게 mamaw, papaw로 시작되어 어머니의 일탈로 이어지는 가족의 문제만을 비추고 있지만 JD의 자서선은 자신의 가족을 이야기하면서 쇠락한 러스트 벨트의 중산층이 무너지는 사회적인 문제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자신의 생각과 더불어 사회학자들의 논문을 인용하여 표현하고자 했다.

어쩌면 나는 영화 평론가도 아니오, 사회학자도 아닌 평범한 필부로서 글을 쓰기에 , 어느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 어떤 장면의 감동적인 디테일에 대한 평가를 쓴다는 것도 무리일뿐더러, 미국의 제조업이 붕괴되면서 러스트 벨트 지역의 침체하는 현상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평가를 하는 것도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여 년의 이민 생활에서 느끼는 이곳의 일상, 내 주변의 사람들.. 그들의 생활에서 비치는 모습들이 JD의 이야기와 너무 겹쳐지기에 이 영화와 JD의 글에 더 몰입하는지도 모르겠다.

브런치의 넷플릭스 스토리 텔레 응모글을 보고 나는 JD의 자서전을 두 번 더 읽고, ‘힐빌리 엘레지’ 영화를 세 번을 반복해서 보았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영화에서는 자세히 표현되지 않았지만, JD의 자서전에서는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다. 이 모든 모순들이 개인의 안일함과 더불어 , 장기적인 미래를 가늠하지 못한 정치인들의 단순하고 모순된 복지 정책에서도 원인이 있다는 것을...

흔히, 미국의 이민자의 나라라로 부른다. 미국이 건국되는 시점부터 이민자들이 나라를 세웠고, 그리고 지금도 이민자들로 인해 최고 강국이면서도 역동적인 사회로 살아 꿈틀 되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 사회의 기존의 구성원이나, 최근 이민자나 모두 영화에서 잠깐 언급된 것처럼 항상 ‘아메리컨 드림’을 꿈꾸고 있다. 그 꿈을 이루는 중요한 수단이 교육이다. 영화에서 JD가 역경을 딛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가는 것처럼, 우리 이민 1세도 그 교육정책을 통해 자식 세대가 너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 아메리컨 드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부대끼고,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60~70년대에 가난한 나라에서 우리 부모가 우리들에게 했던 것처럼...

아무리 어렵고 가난한 시절이라도, 60~70년대 우리의 부모들은 우리들에게 분명히 심어준 한 가지는 있었다. 무어라 분명하게 정의 내리긴 힘들지만 그 정신 하나로 우리는 성장기를 거쳤고, 그리고 청년기, 장년기를 거쳐 이 나이에 이르렀으며, 분명히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오늘날.. JD의 이야기와 비교되는 또 하나의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뉴스에서 접하면서.. 걱정이 되는 것은 단순한 노파심인가.....

어쩌면 JD의 엄마 Beverly 또한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의 피해자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 영화 속에서 얼핏 소개되는 미들 타운의 또 다른 이웃이겠다. 다행히도 노년기 JD의 mamaw와 papaw는 자신들의 철없던 시절의 행동을 후회하고 자식에게 해주지 못한 것을 손자들에게 베풀어 JD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 JD의 버팀목이 되어 주지만 말이다.

사람이 태어나 유년기를 거치면서, 성장과정에서의 환경, 그리고 부모 또는 주변인의 역할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영화는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스스로 어려운 환경의 역경을 이겨내고 당당한 삶을 이루어낸 JD의 삶에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영화는 JD의 엄마 Bevelrly도 약물 중독을 극복하고 온 가족이 일상 속에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만, 내가 살고 있고, 지금도 부닥치고 있는 많은 약물 중독자들, 그리고 영화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JD의 자서전에 언급된 ‘복지 여왕’들.....
이런 모습들에서는 세계 최고의 선진국의 또 다른 이면의 얼굴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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