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떠오른 시상
2011년 어느 가을날 ( 나의 메모장엔 시월 열여 셋 날이라고 기록되어있다.) 집 뒤뜰에서 가을의 전령사 전어를 구우면서 떠오른 시상을 메모장에 기록했다가 끄집어낸 시의 형식을 빌린... 잡문이라고나 할까? 아니 시가 맞을 것 같다. 오늘 직접 전어구이 그림을 곁들여 올려 본다.
가슴 한켠에 묻어 두었던
추억 한 움큼 꺼내어
소금 간 맞추고
먼 고국 서해바다
갯내음을 불러와
뒤뜰 화롯불에
고향 맛을 굽는다.
메케한 연기에 눈물 한 방울 훔치고
아련한 그리움에 또 한 방울 훔치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구수함에
코끝이 간지러워 실룩이고
통통하게 살 오른 몸뚱아리는
기억 속의 입맛을 낚아 올린다.
이국땅, 가을의 한 복판에서
국적 모를 전어 몇 마리가 석쇠 위에서 익고 있다.
살아서 펄떡되며 기억의 저편에서 맛있게 익고 있다.
소주잔 위에 아른거리는 보고픈 사람들의 얼굴 너머로
가을이 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