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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 Dec 02. 2023

미련은 참 끝이 없다

내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필 돈이 많이 드는 학문을 좋아했고

돈이 안 된다는 우려에도 대학에 진학했다. 


가보니깐 나의 성향과 다른 것 같기에,

전공을 살릴 생각 없이 취직을 준비했다. 


다른 분야 친구들이 진학을 결정하는 것을 보고, 

"나는 왜 안돼?"라는 의문이 생겼고

'좋아하는데 해보자'는 생각에 대학원에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부터 우려했던 것처럼

지도교수와의 상성은 최악이었고, 

1학기를 하고 도망가려고 했다. 


그런데 한 사람때문에 진로를 포기하는 게 와닿지 않았다. 

다시 돌아갔고, 끝도 없이 괴롭혀졌다.

후배한테 "교수의 감정 쓰레기통" 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당신은 그게 무엇인지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인권이 바닥인 곳은

꿈을 저당잡히고, 

학생도 직원도 아닌 중간 어디쯤에서 어떤 보호망도 없이

그냥 버텨내야 하는 대학원생의 현실이다.


표정을 잃어갔고, 

감정도 사라졌으며 몸이 아파와 약을 먹으면서 버텼다. 


졸업하고 

살려고 연락을 끊었다. 


대학원은 단지 그 다음을 위한 과정일 뿐이기에

바로 수련에 들어가야 했지만, 

그럴 몸도 마음도 공부도 되어있지 않았다.


정보 공유가 폐쇄적이고,

그걸 알려줄 인맥이 없던 나는

해야할 절차를 놓쳤고 

그로 인해 사유서를 써야 한다. 


그것도, 

기한 내에

수련에 들어가지 못했기에 

아득바득 늦게 알게 되어 겨우 채웠던 시간을 전부 날리게 되었다. 


이걸 단순히 운이 없고,

꼬였기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대학원을 다니는 내내 들었던

편애 받으며 교수가 연구 다 봐주던 애가 오히려 니가 교수랑 연애하는 것 같다부터

지가 화내면서 나보고 화내냐고, 왜 내냐고, 넌 니 감정도 모르냐는 가스라이팅과

언니는 잘 하니깐 괜찮잖아

다른 교수랑 연구라도 할라치면 발악을 하면서도 

질문엔 답도 안하고 알아서 하라던 너랑 너희들이랑 내가 뭘 어째야 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서

 지난 1년을 안 외워지는 머리 탓을 하며

공부가 부족한 탓을 하며, 

어떻게든 앉아서 공부했다. 

할 수 있는 자격증, 실습이든 뭐든 따려고 하면서 보냈다. 


그놈의 내정자

시험 유형도 고사장에 가야 알 수 있는,

아는 자가 있어야 무조건 유리한 

지긋지긋한 학연과 인맥이 판치는

시험들을 봐가며 겨우 면접까지 갔더니

나는 왜 공백기에 다른 이유가 없냐는 반복되는 질문만 들어야 하나.


당연히 공백기를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듣고 싶은 뭔지도 모를 대답을 하란 거면

난 왜 아득바득 버텨냈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여있길래

본인이 내정자인 얘한테

너희 교수가 업보를 버려서란 말을 들어야 하나. 

면접관이 누가 들어올지도, 시험 유형도, 범위도 다 아는 너에게 들어야 할까. 

매 시험마다 그 시험지들을 볼 때마다 아득했던 나한테 니가 감히. 

아 쉬웠구나, 어려웠구나 그거만이라도 알았으면 내가.. 하면서 공부했던 나에게

니가 감히.


이미 오래 전에 지친 나는

뭘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만두고 싶을 때는

처음 시작했을 때의 나를 믿으란 말을 떠올리며

지난 1년을 보냈다. 


올해를 끝으로 그만할 생각이었는데

그래서 후회를 남기기 싫었고

그 마음으로 미친 듯 해 왔는데

지금은 그러지도 못한다. 


바보같게도

자소서를 써야 

서류에 붙고

공부를 해야 

필기에 붙고

면접에 가는 건데


새벽 같이 일어나서 공부하던 

나는 어디로 갔나. 


겨우 이 정도에

지치는 내가 아닌데,

내가 나를 아는 데,

몇 번의 불합격에 지칠 내가 ... 아닌데

그보다 더한 경우도 있었는데. 


내 스스로가 낯설다. 

미련한 사람이 되어서

고작 3주에 집중도 하지 못하는 내가,

그럼에도 바로 포기하지도 못하는 내가,

안 되면 좋겠으면서도, 되기를 바라는 

양가적인 내가.


합격은 내 시간으로 만드는 건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안 하면서

누워있는 내가

멍청하면서도

지치는 게 이런 건가 싶다.


이젠 이 미련을 

버리는 쪽으로 

선택할 수 있으려나. 

드디어. 


그냥 하면 될 것을

안 하면서

못 하면서

무슨 미련은 덕지덕지 붙어 있는지. 


이렇게 

충분히 쏟아내지 못했기에

떨어지겠지.

근데

너 이런 결과 후회 안 할 자신 없잖아.


선택은 니가 하는 거지 

해주는 거 아니잖아

미련 없이 끝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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