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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물질 Feb 04. 2024

최고의 고백

최고의 고백은 받으면 심장이 아프다. 

그러므로 사귀자나 만나보자같은 말은 고백이 아니다. 

그건 도장이다. 몇번의 고백을 주고 받아봤지만 도장같은 문장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던거 같다. 


최근 아이들을 가르치던 미술학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어느새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미술학원보다는 큰 규모의 기업에 입사하게 되었기에 더이상 주말에 다른 일을 할수가 없어졌다. 



 내가 대체 가능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진화 했으니까. 

멈추지 않는 발전과 재탄생 그것이 나라는 존재가 살아남기 위해 반복해온 방식이다. 


그러나 동시에 조건없이 사랑받는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한 꿈을 가슴어딘가 가지고 있다. 

나는 대체 될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갈망했던거 같다. 


아이들은 대부분 미술에 호기심이 있어서 부모님이 학원에 등록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특히 처음 오면 새로운 공간에 부모님 손을 놓고 들어와야한다는 사실만으로 울음이 터져서 그 한걸음을 떼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 

공간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나에대해서 설명하고 조금씩 경계를 풀어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조금씩 공간에게 그리고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공간은 곧 사람이 된다. 

어디든 잘 적응하는 친구들은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선생님에게도 잘 적응한다. 

내가 대체되어도 아이들의 공간은 오롯이 내가 아니었기에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경계심이 높았고,  특히 처음에 경계심이 높았던 아이들은 그만큼 무언가를 더 깊게 사랑하려했다는 것을 느낀다. 



취업을 하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한번도 애기를 특별히 좋아한다고 생각해본적 없었고, 당연히 졸업과 취업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나면 아이들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많은 알바들처럼 아쉬움과 후련함 기대가 공존할것이라 추측했다. 

그러나 내가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던거 같다. 나와 적어도 1년 이상 함께한 아이들은 특히 경계심이 높은 아이들이 많았고, 내가 오랬동안 가르치던 몇명의 아이들이 다른 수업을 받지 않겠다고 하며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님들은 의래 “아이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요” “선생님이 아니면 수업하고 싶지 않아해요”같은 나의 대체불가능함을 올려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런 말에는 진실과 거짓이 혼재했기에 나는 감사히 칭찬으로 넘어가는 편을 택했던거 같다. 

아이들은 금방 잊고 이별을 모르고, 나는 대체가능한 존재이니까 그렇기에 오래 가르치던 아이들이 그만 두었다는 소식은 너무 속상했고, 약간의 죄책감과 나여서 우리여서 그 시간동안 함께 할수 있었던거였구나라는 자부심도 들었다. 


다른 방면으로 정말 인연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많이 사랑했구나 


그렇게 대학원을 다니는 2년을 꽉채워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는 그 기간동안 뇌와 사랑을 모두 배웠다는 걸 느낀다. 


특히, 멀리서 수업을 다니던 아이는 항상 수업시간에 5분씩 일찍오고, 부모님께는 일찍 데리러 오시면 천천히 오라고 했다고 한다. 

선생님 그려달라는 말에 절대- 안그려주고 장난치더니 어머니 아버님께 다음주가 마지막이라는 소리를 듣고, 아이는 얼굴이 벌개지게 그림을 완성하고 집에 가겠다며 끝까지 그림을 그렸다. 당황하시는 어머님 아버님을 두고 펑펑 울었다. 아이는 그림에서 눈도 떼지 않고 색연필을 꽉꽉채워 그림을 그렸다. 

그 순간 미술학원을 너무 그만두기 싫었다. 아마 누군가에게 이런 소중한 존재로 계속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아마 5분을 1년동안 매주 반복한 건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해줘서인걸 안다. 

나는 그런 고백을 겪었다.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너무 그리워하는 그러나 쉽게 만나지 못할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대체 불가능한 시간을 보낸것이 내가 그일을 선택했던 것이 너무 좋다.

오늘도 사무실에 하얀 네모에 앉아서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과 관계를 가진 동그라미인지 생각한다. 

충분히 대체가능하며 동시에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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