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베리숲 Oct 05. 2020

직물 공방 <파브리카무라>


문에 있는 이 스테인드글라스 표식은 눈 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실을 돌리는 물레바퀴를 상징하는 거였다.


가슴 뾰옹- 하는 책이 눈길을 끌었다.


11월의 어느 날, 미사코와 함께 한국어로 '패브릭 마을'이라는 뜻의「파브리카 무라(ファブリカ村)」직물 공방에 갔다. 시가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을 샀는데, 그중 '한국에 가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하고 봐 둔 곳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자 미사코도 흥미를 보이며 합류했다.


파브리카 무라는 아케미 아주머니의 집에서 전철로 30분 거리에 있는 '히가시오오미'라는 동네에 있었다. 동네 전체가 옛날 영화 세트장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으로, 파브리카 무라도 내부에 들어서자 마치 60-70년대 옛날 드라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침 런치 메뉴를 팔고 있어 간단히 식사를 한 뒤 아기자기하게 꾸민 공방 내부를 둘러보았다. 실제로 움직이는 직조기도 있고, 펠트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소품들을 팔고 있기도 했다. 안쪽에서는 엄마와 아이들이 펠트로 가방을 만드는 워크숍도 진행 중이었다. 아이들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한쪽에서는 손으로 만든 동화책 전시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볼게 많아 한참을 둘러본 뒤 자리로 돌아가니 미사코가 어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곳을 찾은 다른 손님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공방을 만든 주인 분과 매니저인 따님이었다. 와~ 덕분에 잠시 보고만 떠날 뻔 한 이 공방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파브리카 무라는 당시 문을 연지 4-5년 밖에 되지 않은 곳이었지만 건물 자체는 역사가 깊은 곳이었다. 공방이 있는 히가시오오미는 옛날부터 직물로 유명한 지역.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경쟁력을 잃은 공방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았다. 파브리카 무라는 그러한 공방 중 하나인 '기타가와 직물공장'이 있던 곳이었다.


 문을 닫은 공장을 이 동네에서 살았던 사장님이 인수해 파브라카 무라라는 공방을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공방만으로는 수익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주중에는 다른 일을 하고, 토요일에만 자식들과 함께 공방 겸 카페로 영업을 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취미 + 문화사업 이었다.



내가 '재밌네요~'라고 하자 두 모녀는 아케미 아주머니의 집에 지내는 한국인인 나의 이야기도 만만치 않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런가요?!) 그리고는 사장님이 친히,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는! 공방에서 짠 직물을 파는 아뜰리에를 보여주고 싶다기에 '좋아요!'하고 따라나섰다.


자물쇠로 잠긴 옆 건물에는 역시나 옛날 드라마에 나올듯한 분위기의 아뜰리에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한편에는 명주실로 짠 직조물이 가득 있었다. 기념으로 하나 사 볼까 하다가 가격을 보고는 바로 내려놨다. (5cm 정도는 살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역시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거라 비싸구나. 아쉽지만 잠시 구경하러 온 곳을 창업주가 직접 보여주고 설명하는 걸 들었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파브리카 무라를 왜 만드셨나요?"라는 질문에 그녀는 심플하게 대답했다.

“내가 사는 고장의 공예 문화를 계속 알리고 이어가고 싶어서지.”


나도 이런 여유를 갖고 싶다, 생각한 날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