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코 씨의 한국어 교실 학생 중 한 명인 니시키 씨의 단골 식당을 다녀왔다. 그녀의 가족이 운영하는 '니시키 쌀집'의 명함을 만들어 준 답례로 밥을 사 주신 것이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쿠사츠의 어느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平(타이라)>라는 이름의 약선식당이었다. 덕분에 약초와 한약재를 사용하는 '약선요리'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타이라는 요리부터, 약주 제작, 인테리어 소품 제작까지 모두 주인인 요코 씨가 직접 만드는 아담한 가게였다. 우리는 요코 씨가 요리를 하는 부엌 앞 바 형태의 테이블에 앉았다. 요코 씨는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이야기, 그 후 식당을 열고 20여 년간 홀로 운영해 온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줬다. 사나에 씨는 오랜 단골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맞장구를 치거나 설명을 곁들여 줬다. '아니~ 그건 아니지~' 하면서 두 사람이 티키타카로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요코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취향이 묻어나는 가게 안 소품을 둘러보느라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다. 가게 곳곳에 붙은 음식과 재료의 효능에 대한 글들을 보며 이 식당이 ‘건강한 음식’이라는 그녀의 관심사가 반영된 듬뿍 담긴 일이라는 것도 잘 알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리가 시킨 약식 약선 요리 코스가 나왔다. 시가에서 나는 흑미로 만든 죽 등 모든 재료는 시가현에서 나는 것들이었다. 조미료는 일체 쓰지 않는다 했다. 멸치처럼 생긴 생선은 비와코에서만 잡히는 품종인데, 한 때 환경오염으로 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질이 좋아지며 다시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고, 덕분에 메뉴로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음식을 장식하는 식물 또한 모두 매일 근처 숲에서 직접 따오는 것이라고 했다.
음식을 낸 뒤 요코 씨는 우리가 수저를 들기 전까지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기다려줬다. 그 모습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공손하게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손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 찍어도 될까요?'라고 하자 요코 씨는 '에이~ 쑥스럽게 왜 그래~'라고 하면서도 웃으며 사진 찍는 것을 봐줬다.
후식으로 나온 얼린 감까지 다 먹고 기분 좋게 가게를 나왔다. 요코 씨는 사나에 씨와 투닥거리며 밖으로 마중을 나와 차를 타고 떠나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건강한 음식의 맛도 좋았지만 주인인 요코 씨와의 이야기, 가게 자체가 약선식당이라는 이름처럼 몸과 마음에 힐링을 주는 가게였다.
이런 비타민 같은 가게,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