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본 장소라도 그 지역 사람들과 함께 있다보면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된다. 아케미 아주머니 요리 공방의 유미 아주머니, 미치요 아주머니와 니시키 시장에 갔을때가 그랬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며 교토에 간 날, 몇 번이나 가 본 니시키 시장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걸 알게된 날이었다.
아케미 아주머니의 요리 공방이 있는 릿토에서 JR(일본 국철)을 타고 20분 정도 나가면 카모가와 강이 흐르는 고즈넉한 도시 교토가 나온다. 교토는 1869년 도쿄가 새로운 수도가 되기 전까지 1,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본의 수도였다. 그 덕에 지금도 '교토 = 전통 = 멋'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다.
니시키 시장은 ‘교토의 부엌’으로 불리는 유서 깊은 재래시장이다. 400미터 정도 밖에 안되는 길에 100년, 200년 이상 대를 이어 내려오는 130여 건의 상점들이 늘어서있다. 그 안에 빼곡히 들어찬 야채, 생선, 반찬가게를 보며 '이 동네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이건 한국이랑 비슷하네- 이건 좀 다르네-' 하고 보는게 좋아 교토에 가면 구경하러 가곤했다.
이날 밥을 먹은곳은 교야채를 파는 가게였다. 교토 요리는 야채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교(京)야채라 하여 고급 식품이라는 이미지에 인기가 높다. 우리가 간 곳은 평범한 반찬가게처럼 보였는데 1층에서 반찬 몇가지를 고르고 2층으로 가니 밥과 함께 한상 차려져 나왔다. 후식으로 검은깨 아이스크림까지. '아~이렇게 먹을 수가 있구나?!' 몇 번이나 지나치던 곳인데, 혼자 여행을 할 때에는 전혀 몰랐던 일이었다.
식사를 하며 두 아주머니는 교야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려줬다.
"교야채가 다 교토에서 나는게 아니야. 교야채를 찾는 사람은 많지만, 사실 교토에서 나는 채소 양은 얼마 안되거든. 대부분은 시가에서 난 야채를 가져다가 만드는거야."
이 말에 처음에는 '원산지를 속이는건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생야채를 파는게 아니라 이런저런 방법으로 야채를 절이거나 가공해서 파는걸 교야채라고 한다. 여러 곳에서 원재료를 사다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와 같은게 아닐까. 그럼 인근에서 야채를 사다가 교토에서 가공한다면 그것도 교야채라고 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음,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너무 진지한 생각을 했나?
그나저나 교야채 가게의 식당을 보고 통인시장의 엽전 도시락이 생각났다. 통인 시장도 가능성이 많은데. 계속해서 매력있는 브랜드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한국의 시장들도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