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미 아주머니 집에서 머물며 다양한 체험을 해 봤는데, 마지막은 화덕 만들기로 화려하게 장식하게 되었다. 아주머니의 소바 만들기 모임 친구인 미야자키 아저씨의 화덕 만들기를 돕는 데에 따라간 것이었다.
야마자키 아저씨는 고향의 본가를 개조해 빵 가게를 열고 싶어 했다. 하지만 혼자서 화덕을 만들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다며 마키 아저씨와 아케미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다. 두 분은 다른 사람들이 화덕 만드는 걸 도와주러 다닐 정도로 잘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소바 모임의 다른 친구들도 합류해 다 같이 시마네로 떠나게 되었다.
아케미 아주머니 집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 서쪽으로 달린 차는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야마자키 씨의 본가에 도착했다. 와~ 언제 지어진 집이고 어떻게 쓰는 물건들일까? 야마자키 아저씨의 집에 오니 마치 박물관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날은 이미 저물어 가고 있었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일단 화덕의 상태를 보며 전체적인 계획을 짜는 일부터 들어갔다. 도면을 보며 벽돌은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시멘트를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고, 우리는 숙소로 가기 전 근처의 온천거리로 가 목욕을 한 뒤 여독을 풀었다.
온천욕 한 번에 200엔, 한국 돈 2200원. 싸다- 싶었는데, 이 지역 주민들은 한 달에 500엔만 내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복지, 탐난다.
다음날, 민숙집(한국의 민박과 비슷한 형태의 여관) 식당에서 바다를 보며 기분 좋게 아침을 먹은 뒤 다시 야마자키 아저씨의 집으로 향했다. 아저씨들이 나무와 벽돌을 재단하고 시멘트를 반죽하는 동안 아케미 아주머니와 오사카 아주머니는 점심을 만들기 시작했다.
텃밭에서는 토란과 당근을 캐오고, 집에 남은 찹쌀, 버섯, 계란, 돼지고기, 곤약 등을 냄비에 넣고 끓이니 토란 밥과 토란국이 완성되었다. 요리하는 분들이라 그런가, 남은 재료로 슥슥 만든 것 같은데 근사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되었다. 여기에 맥주 한 잔을 더하니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캬~ 아, 그러고 보니 오오사카 아주머니는 일행 중에서 메밀국수를 가장 잘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요리하는 포스가 남다르시더라니...
“오늘 해 지기 전에 다 끝내는 거다!”
열심히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부으며 화덕을 만들어가는 아저씨들 틈에 껴서 벽돌 사이사이에 시멘트를 부었다. ‘어,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아 그렇지, 여기 한국 라디오 전파가 잡히는데 들어볼래?”
야마자키 아저씨가 라디오의 다이얼을 돌리자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에 섞여 한국말이 들려왔다. KBS였다. 라디오 전파가 잡히다니, 한국과 일본이 가깝긴 하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잠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잘 들리지 않는 한국 방송을 들으며 다시 벽돌 사이에 시멘트를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세상에- 하나, 둘 채워가다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과연 하루 만에 다 만들 수 있을까?’ 싶었던 화덕이 완성되었다. "이야~ 드디어 빵을 구울 수 있게 됐다~!"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던 야마자키 아저씨의 얼굴이 환해졌다.
축하해요 아저씨~ 이제 이 화덕으로 맛있는 빵을 구워주세요~
* 지금 생각하면 화덕이라니. 옆에서 살짝 거든것 뿐이지만, 살면서 내가 이걸 또 만들날이 올까? 싶을 정도로 독특한 체험이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