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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숲 Jan 28. 2023

2009년 여행: 캐나다 친구들의 한국 체험

2009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에는 캐나다에서 친구가 놀러와 잠시 같이 시간을 보냈다. 2007년

여행 중 만난 남자 사람 친구 조(Joe)였다. 당시 호시노 미치오 라는 사진 작가의 책에 빠져있던 나는 ‘나도 사진 작가가 되고 싶다’라며 학기 중 알바로 모은 돈과 부모님의 도움을 얻어 카메라를 들고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났다. 어설프고 무모하게  떠난 여행은 실패했지만, 당시 숙소에서 만난 캐나다 친구 조와 연락을 주고 받게 되었고,  여행에서 만난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쯤 조가 '나 친구들이랑 한국이랑 일본에 여행 갈거야, 서울에서 만나자’ 라며 온 것이었다.


비록 나는 알바, 학원, 웰던프로젝트로 정신이 없어 같이 많이 놀지는 못했지만, 돌아보니 추억이 꽤 남았다. 문화 차이에서 온 재밌는 발견도 많았는데, 당시에는 왜 기록할 생각을 안 했나 싶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고는  저를 반면교사로 삼으세요 여러분-)

아쉽게도 오래전이라 단편적인 것들 뿐이지만 기억나는 것들을 적어보자면,

조가 처음 서울에 온 날, 동네 시장에 있는 떡볶이집에 데려가 떡튀순을 먹였다. 떡볶이 가판대 앞에 서서 오징어 튀김 먹는 이 녀석을 다들 신기하게 쳐다보던게 기억난다. 꽤 매웠을텐데 조는 하나도 안맵다며 잘 먹었지만 결국 배탈 크리.

좁은 우리집에는 묵을데가 없어 넓은 친구 집으로 홈스테이를 보냈는데, 며칠 못 가 쫓겨났다. 이유인 즉, 친구 아버지가 집에 오셨는데 소파에 누워서 'Hi!'라고 인사했다가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 당장 나가!' 하고 쫓겨났다는 것. (며칠간 계속 그래서 쌓여서 그렇게 되었다고) 참고로 조는 제가 본 사람들 중 가장 순수하고 착한 아이입니다만…  시트콤에서 볼법한, 문화 차이가 불러온 비극이었다. (나중에는 오해가 풀렸지만)

제주도에 가고 싶다하여 같이 제주도에 갔는데, 그 때 외국인은 서울- 제주를 오갈 때에도 여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조는 할아버지가 영국인이라 영국과 캐나다 여권을 가지고 있다며, 그때그때 맞춰서 쓴다고 했다. 조의 친구 커스티도. 캐나다에는 자기처럼 여권을 여러개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신기했다.

제주에서는 조가 미리 알아본, 인 당 만 원짜리 숙소에서 묵었다. 80-90년대 느낌이 나는, 마치 전원일기에 나올것 같은 방이었는데, 제주 물가를 생각하면 가성비가 괜찮았다. 밥도 무제한으로 주더라는! 신기하게도 한국인 손님은 거의 없었던것 같다. 해외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얻은 정보였던것 같은데, 다들 이런곳은 어떻게 알아내는걸까? 신기하네.

나는 미안하게도 당시 일을하던 중이라 숙소에서 기사 쓰는 일을 해야했다. 내가 일하는 사이, 조는 혼자 한라산 정상을 찍고 와서는 '한국 아주머니들이랑 정상에 다녀왔어!'라며 좋아했다. 말도 안통했을텐데 어찌어찌 이야기도 하고 잘 놀다왔댄가. 나는 아직도 한라산에 못 가봤는데, 한라산을 보면 항상 그 때가 생각난다.

제주에서 횟집에 갔을 때, 뭐든 잘 먹을것 같은 조다 소라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식감이 낯설단다. 조개를 못 먹는 외국인이 꽤 된다는. 대신 마라도 짜장면과 탕수육은 아주 잘 먹었다. 왜 한국 최남단 섬에 짜장면집이 이렇게 많은가에 대해 알아보고 설명해주는게 재밌었다.

마라도에서 제주로 돌아와 숙소 가는 버스 기다리며 동네 아이와 찍은 사진. 이 때 풍선이 주머니에 있어 나눠줬다 말 안통해도 잘 놀 수 있다

- 그 후 우리는 배를 타고 제주에서 목포로 이동했고, 버스를 타고 다시 광주로 이동했다. 광주에서는 지금은 철거된 옛 시청을 둘러 본 뒤 찜질방에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다. 지방의 찜질방에 (심지어 관광지도 아님) 벽안의 금발 외국인이 등장하니 다들 신기하게 쳐다 본 모양이다."목욕탕에 들어가니까 다들 내 그곳 -///-을 보더라고." 이렇게 말하면서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없고 자랑스러워하던 조. 아이구야   그런 조에게 수건으로 만든 양머리를 얹혀주고, 찜질 후 라면과 맥반석 계란, 식혜를 먹는 K컬쳐를 알려줬더니 새로운 문화 체험이라며 좋아라했다. 그 후 조는 전주부터 시작해 혼자 다른 지역들을 여행하러 떠났고, 나는 서울로 먼저 올라왔다.


- 서울로 돌아온 조와 이태원에 밥을 먹으러 갔다. 캐나다 음식이 먹고 싶었단다. Tavern 어쩌구 하는 펍으로 데려 가 폭립과 감자튀김을 시켰는데,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맛있었다. 이런 곳을 어디서 알았냐고 물으니 제주도의 숙소처럼 외국인들이 여행할 때 정보를 구하는 사이트에서 알아낸 것 같았다.  마치 한국인들이 네이버의 각 지역 여행 카페에서 정보를 구하는 것처럼. 이 가게는 언젠가 다시 한 번 갔는데 그 때 그 맛은 안났던 같다. 아무래도 소스 뿌리는 방법이 달랐던것 같다.


- 조는 요리학교를 졸업한 요리사이다. 전에 여행할 때에도 호스텔에서 조가 만들어 준 밥이 제일 맛있었다. 3-4천원씩 각출해서 제일 싼 재료를 사다 만든거였지만, 배고픈 배낭여행자에겐 무슨 미슐랭 레스토랑 같았다. 조가 한국에서도 브로콜리 치즈 스프를 집에서 만들어 줬는데 꽤 맛있었다. 이 때 산들애가 감칠맛 내는거라는걸 어떻게 안건지 팍팍 뿌리는지 신기했다. 이 때 포인트는 양파를 많~이 넣는 것. 치즈도 팍팍 넣어야 한다는거. 그리고 치즈는 강판에 갈아서 얇게 만들어 녹여야 한다는거. 치즈 사러 갔을 때 고민하던 모습도 생각난다. 캐나다보다 비싸서 손이 떨린다며...


- 조가 오고나서 얼마 뒤, 커스티와 바네사라는 조의 친구들이 한국에 왔다. 같이 한국과 일본을 여행하기로 했단다. 커스티는 일본 만화와 한국 k-pop 팬이었다. 커스티가 사고 싶다는 음반이 있어 음반 매장에 같이 갔는데, 나는 생전 처음보는 아이돌이었다. 자료도 잘 안 나오는걸 보면 진짜 마이너한 그룹이었던것 같다. 이 음반은 결국 어딜가도 찾을 수 없어 못 샀다. 한국에서도 잘 모르는 가수를 대체 어떻게 안걸까, 신기했다.


- 이 캐나다 아이들이 한국에서 제일 좋아한 곳은 코엑스였다. 자기들 동네에는 이런 현대적인 곳이 없다며 매일 가고 싶다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현대적인 번쩍번쩍한 한국의 장소들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특히 서양에는 새로 지은 건물이 잘 없기 때문에 한국의 이런 도시적잉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유럽의 고전적인 건물들을 예쁘다고 생각하는걸 보면, 서로 자신에게 없는 것에 동경하게 되는게 있는것 같다.


- 조와 커스티는 벤쿠버 빅토리아 섬 출신으로, 이곳은 지하철이 없고 차를 운전해서 다녀야 한단다. 그래서인지 서울에서 지하철 타는걸 좋아했던것 같다. 어떤곳인가 하고 찾아봤더니 크기는 남한만한데 인구는 제주보다 좀 많은 정도라고. 캐나다가 크긴 큰 나라구나 싶었다.


- 커스티와 바네사가 왔을 때에는 환영의 의미로 동네 숯불 갈비집에 데려갔다. 그런데 고기를 굽던 중 커스티가 갑자기 뛰어 나갔다. 나중에 물어보니 숯불에 고기를 올려 먹는게 처음인데 너무 뜨거워서 못참았다고 한다. 음 그럴 수 있겠구나. 그 와중에도 조는 옆에서 와구와구 잘 먹었는데, 특히 새카맣게 탄 고기를 고대로 먹었다. "너 그거 먹으면 암걸려" 라며 말리니 "아냐 탄 고기가 몸에 더 좋댔어." 라며 손사래를 쳤다. 음?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하고 검색 해봤더니 역시 탄 고기는 몸에 좋지 않다고 나왔고, 조는 나에게 등짝을 씨게 맞았다.


한국을 떠나던 날, 조는 기념품으로 내가 만든 텀블러를 사서 가져갔다. 고마운 녀석…


너무 오래되서 기억나는건 이 정도. 사진 파일도 사라져서 아쉽지만 (백업 잘 합시다요 ) 이렇게 지금이라도 기억나는대로 쓸 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좋다. 나중에 기억나는게 있으면 첨가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끗.


이렇게 이방인의 눈으로 보는 한국과 문화 차이에 대해 생각하니,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책이 다시 보고싶어졌다. 나도 이렇게 담백하게 계속 적어봐야지  


#캐나다 #한국문화 #문화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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