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by 노니

지난주, 바다 여행의 여파로 발등에 오돌토돌 햇빛 알레르기가 올라왔다. 내내 흐리다 마지막 날 잠깐 해가 나온 터라 방심하고 해변을 걸은게 화근이었다. 잠들었을 때 박박 긁었는지 상처투성이가 된 발이 쓰라리다. 엄마가 발등에 약을 발라주며, 일주일 동안은 집에 잘 붙어 있으란다. 출근하기 전에 피부라도 가라앉히라고. 알겠노라고 대답해놓고, 날씨 예보를 보다가 급하게 숙소를 예약했다. 다음 주 수요일 이후로는 또 해가 뜰 모양이다. 그전까지 며칠은 비가 온다. 구름이랑 우산 표시. 좋다, 비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니. 숙소와 책 그리고 커피면 된다. 걷지 않을 거라 편한 신발도 필요 없다. 책은 다 사볼 거라 책도 안 챙겼다. 크.

_
비 오는 월요일에 사람들이 이렇게 여행을 많이 할 줄이야. 당연히 쫄래쫄래, 예매도 않코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바로 출발 가능한 버스 표가 없다. 다행히 예매 취소된 표가 생겨 버스를 탔다. 분명 빈 좌석이 없는 버스였는데, 막상 차가 출발할 때는 자리가 텅텅 비어 있어, 서울도 벗어나기 전에 혼자 앉을 수 자리로 슬그머니 옮겨갔다. 뭐지, 나야 좋지만.

_
마스다 미리 작가의 신작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를 읽었다. 여행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비록 다시 보지 않더라도 말이지. 특히 이 순간이 너무 좋아,라는 생각이 마음 깊이 솟아날 때는 영상을 찍어두려고 한다. 여행 중 기록은 그때그때 인스타그램이나 메모장에 남겨두려고 한다. 여행에 다녀와서 인스타나 메모장을 보며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기 시작한다. 공개적인 여행 카페에도 여행기를 올린다. 비록 끝까지 모두 정리하는 여행기는 많이 없지만.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며 여행의 여운을 곱씹는다. 특히 올린지 한참 지난 글에 달리는 댓글 알림은 참 반갑다. 댓글 덕에, 나도 오랜만에 글을 읽다 보면 곰방 그때 그 장소로 훌쩍 떠나게 되곤 한다. 언제든 어떤 여행이 그리워지면, 어떤 순간이 생각나면 인스타그램을 열어본다. 블로그를 열어본다. 꽤 많은 기록을 남겨두는 탓에 기억이 생생히 이어진다. 아 정말 좋았었지, 하며 여행의 추억에 젖어든다. 꽤 자주 이런 짓(?)을 하는 것 같다. 그러게 여행은 돌아온 뒤에도 조용히 계속되는 것.

_
나 홀로 패키지여행에 참가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하며 읽었다. 돌이켜보면 재밌고 신기한 체험(?)이었다. 힘들었지만 꽤 즐거웠다. 완전히 낯선 이들 사이에 있는 나는 또 새로우니까.

_
후딱, 책을 넘기면서 깊게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만 먹으면 여행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어디 여행만 그럴까. 책을 읽기 전에도 제목이 참 좋다고 느꼈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더 감탄하게 된다. 아주 잘 지은 제목이로구먼.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크. 그러게, 마음이 조금 급해지는 것 같다. 또, 욕심내게 된다.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