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핸드폰을 세면대에 떨어트렸다. 하필 세면대 물이 담겨 있었지만 다행히 많이 고여 있지는 않았다. (하필과 다행히가 한 문장에 쓰일 수 있구나) 이전에 본 적 없는 반응 속도로, 무척 빠르게 건져 올렸기 때문에 핸드폰은 말짱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이미 툭하면 꺼지고, 만땅 충전에도 반나절을 못 가는 배터리가 늘 불안했더랬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버티고 있던 차였다. 이렇게 한번 더 고비를 넘겨주는구나, 기특해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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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만난 이들에게 핸드폰이 물에 빠졌지만 다행히 작동이 잘 된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거 그러다 갑자기 툭 꺼진다, 는 반응이다. 그거 딱 이틀 간다, 빨리 백업해놔라, 라는 말에 그렇구나 생각만 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해두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지 뭐야. 물에 빠지고 정확히 48시간이 지난 일요일 밤, 핸드폰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스르르 언제 꺼진지도 모르게 꺼져 있던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았는데 화면에 아무런 표시가 뜨지 않는다. 소름. 정말 딱 이틀의 시간이 주어졌던 거였구나. 이별을 준비할. 이미 너무 깊은 밤이었기 때문에 먹통이 된 핸드폰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최신 핸드폰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니 부디 지금처럼 간당간당한 배터리로라도 오래오래 연명해줬으면 바랐으면서도, 막상 핸드폰이 더 이상 켜지지 않자 꽤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럴 수 있지. 아무것도 백업해놓지 않았지만 막상 안타까운 건, 어디도 옮겨 놓지 않은 사진첩 속 수천 장의 사진들(실지로 약 14,800여 장)과 영상들도 아니었고 거의 매일 일기를 끄적이는 메모장도 아니었다. 아쉽고 안타까운 건 딱 하나. 그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메시지들, 연말연초에 보내고, 또 받은 사랑과 격려의 메시지들이었다. 대단한 건 없다. 그냥 그렇게 주고받은 마음들이 아쉬웠다.
아 아쉽게 되었네. 그렇지만 할 수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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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도(?)
다음 날 핸드폰은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어쩐지 정말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는 듯, 더 연약하게만 느껴졌다. 여행 전에 핸드폰을 바꿔야 하나 생각했지만, 일단은 버텨보기로 한다. 그리고 내 연말과 연초를 내내 따뜻하게 해 주었던 사랑의 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기에 박제해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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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개인적인가 싶은 얘기만 모자이크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안부를 묻고
서로 축복을 하고
마음속 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존재를 감사하며
그리워하기도 하고
앞으로 함께 할 시간들을 다짐하고
응원도 하고
약속도 잡고
격려도 받고
추억하며 한 해를 시작했던 기억을 박제시키고 싶었다.
올 한 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이 함께 하는 한 해가 되어야지. 그것 말고 또 뭐가 있나 싶다. 이제는 핸드폰이 꺼져도 아쉬울 것 없겠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