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책 제목을 검색해보려고 검색창을 열었다.
[이.렇.게.살.아.도.]
여기까지 쳤는데 밑으로 연관 검색어가 주르륵 뜬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네, 뭐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이렇게 살아도 돼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이렇게 살아도 행복해
아래 여섯개의 문장을 빠르게 눈으로 훑다가 깨달아 버렸다.
'나만 어려운 게 아니구나'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 자체에 서툴었다. 그러게. 누구라서 자기 인생에 경력자가 있을까. 답답하고 궁금하니 어디에라도 묻고 찾지만, 어디에도 정답은 없었다. 있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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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로 시작되는 위태로운 물음이 '이렇게 살아도 괜찮네, 뭐' 정도로 슬그머니 만족스런 날도 있다. 나 정도면 무난하지 안심했는데 다시 또 감당 안되는 상황이 생기면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고민이 시작된다. 그 순간을 모면하고 나면 어떤 날은 '이렇게 살아도 행복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행복한 날도 있을테고, 운이 좋으면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의 확신이 드는 때가 올 수도 있겠지.
그러나 우리는 이제 안다.
그럼에도 분명히 다시 또 돌아올거라는 걸.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무너지는 마음으로 다시 또 묻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 끝엔 또 다시 돌고 돌아 <이렇게 살아도 행복해>의 날들이 올테지만. 아, 이렇게 계속 낯설어 하면서 사는거였다.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고 느꼈다. 사실 균형이 맞는다는게 어떤 느낌인지도 정확히 몰랐지만 사는게 분주해서 늘 뭔가 해야할 것도 다 못하고 사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사회생활을 하거나, 친구들과 관계를 하는데 크게 문제는 없었지만 굳이 남들과 공유할 필요가 없는 내 일상은 정리가 되지 않았다. 피곤에 치여 늘 편리한 쪽을 택했고,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는 되도 않는 보상심리가 작용해 늘 투 머치였다.
퇴사를 하고 쉬어도 보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로 이직도 해보고, 여행도 다니고, 모아놓은 돈도 써 봤지만 늘 엇비슷하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보통의 30대 여성이 원하는 것 말고, 도시에 사는 비혼 여성이 원할 법한 것들 말고, 이렇게 대강 퉁치지 말고 정말 지금 나에게 맞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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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뒤, 다시 새로운 일을 구해야 하는 상황. 대체 앞으로 뭘 하고 싶은건지 명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남들은 그런 마음이 들 때는 더 쉬어야 하는거라고 했다. 그런가, 지금은 일을 할 때가 아닌건가. 아직 더 쉬어야 하는 걸까, 도 싶었지만 지친 건 아니었다. 조금 더 정확히 파악해보니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아니, 뭐든 다 하고 싶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별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모순적인 감정에 혼란스러울 때에 갑자기, 정말 아주 갑자기 지역에 살게 되었다. 지역에 살며 일하게 되었다.
누군가 물었다. "지원하신 직무가 원래 관심 있는 분야라 지원하신거에요?"
질문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냥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었어요."
내가 한 대답이 나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명확히 정리가 되진 않았지만 마음이 원하는대로 움직였던게 틀림없다.
나는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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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내려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의 삶을 엿보고 궁금해 하느냐고 매일이 짧고 또 길다. 여기저기 사람들 사이를 기웃대며 놓치기 싫은 말과 순간들을 수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