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에 내려오는 날 아침, 아주 일찍 일어나 2주치의 짐을 챙겼다.
출발 전 아빠가 기도를 했다. 열심히 사는 우리 가족, 늘 지켜주세요.
함께 기도를 하고 우리 셋은 각자의 일터로 갔다. 아빠는 청담으로, 엄마는 논현으로, 나는 상주로. 마음이 싱숭댈때마다 곱씹었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가족 지켜주세요, 언제나처럼.
건대입구역에서 엄마랑 헤어지며 서로 손을 꽉 잡았다. 괜히 코가 시큰거렸다.
지역 살이는 당연히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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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한 달을 지난 것 같이 익숙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지금 방금 내려온 것처럼 낯설기도 했다. 낯을 가리는 마음에는 곱씹을 말들이 필요했다. 입안에서 우물우물 말을 찾았다.
룸메이트가 했던 말.
"평생 있을 사람처럼 굴지도, 떠날 사람처럼 굴지도 않고 싶어요."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지나치게 계산하거나 경계하지 않고, 적당히 포기하고 잘하려고 힘내지 않고 싶다. 쉽게 말하지만 겁나 쿨한 이 지점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서 자꾸 다짐처럼 되뇌게 됐다. 할 수 없는 건 자책하고, 겁먹으면 재고 따지고 경계하고, 자꾸 잘하고 싶어 마음이 저만치 앞서 나가는 사람이라...
사전 교육 시간에 들었던 말.
"판단은 나중에."
가치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서둘러 내릴 수 있을까. 판단은 나중에 하자. 나의 육 개월도. 만만디 만만디.
사무실에 들른 손님이 낯선 곳에 온 우리에게 해준 말.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가 남는데, 도전하면 경험과 후회가 남아."
도전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어떻게 살아도 후회는 남는다. 그런데 도전하면 경험도 남는다. 우리의 도전을 응원하는 말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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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치의 경험과 후회가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