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갑자기 이사를 가야 해서 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하신다. 여기 오기 전까진 몰랐다. 시골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매물이 나왔다길래 보러 가는 걸 따라나섰다.
파랗게 물결치는 논이 이어지는 근사한 풍경을 한참 달려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차가 못 들어가는 길이라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좁은 마을 길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중개인이 매물의 위치를 어필하며, '바로 옆이 다랭이논으로 유명한 마을'이라는 걸 내세우더란다. 동료가 낄낄대며 그 얘길 하는데 내가 이해 못 하는 표정을 하자 다른 동료가 설명을 덧붙여 준다.
"서울서 한강 끄트머리만 보여도, 한강 뷰 어필하는 거 같은 거예요."
적절한 예다. 수긍이 갔다.
"아니 근데 한강이야... 정말 좋잖아"
멀리서 보이는 다랭이논 뷰 때문에 단돈 얼마라도 더 받으려는 집주인 때문에 속상한 동료가, 억울한 목소리로 말하자 다른 동료가 냉큼 마을 잘랐다.
"왜 다랭이 논도 좋잖아."
"... 그치 다랭이논도 좋긴 하지."
이 대화가 웃겨서 깔깔 웃었다.
귀촌인들의 농이다. 한강 뷰와 다랭이논 뷰.
마, 농촌에서는 다랭이논 뷰가 알아준다 !
굽이굽이 집을 찾아 올라가는데 동료들이 옆에서 계속 감탄을 한다.
"아우, 동네 너무 예쁘다.", "풍경 좋다."
귀촌 10년 차도, 시골 풍경이 좋은 건 다 똑같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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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이어지던 비가 그치고 해가 반짝 난 사이에 새로운 마을 구경을 마쳤다.
질리지 않는, 질릴 턱이 없는 초록을 수집하듯 찍었다.
내가 있는 지역은 가을이 그렇게 예쁘단다.
여름도 참 예뻤는데 가을은 더 예쁘단다. 아직 보지 못한 가을을 기다린다는 내 인스타에 달린 댓글.
이곳의 가을은 온통 금빛 물결이에요. 산은 보라색으로 물들고 어디서든 보이는 하늘은 높고 푸르고요.
보라색으로 물드는 산이라니. 글자만 읽는데도 황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