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니 Nov 17. 2019

12. 다랭이논 뷰에 살고 싶습니다


동료가 갑자기 이사를 가야 해서 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하신다. 여기 오기 전까진 몰랐다. 시골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매물이 나왔다길래 보러 가는 걸 따라나섰다.


파랗게 물결치는 논이 이어지는 근사한 풍경을 한참 달려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차가 못 들어가는 길이라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좁은 마을 길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중개인이 매물의 위치를 어필하며, '바로 옆이 다랭이논으로 유명한 마을'이라는 걸 내세우더란다. 동료가 낄낄대며 그 얘길 하는데 내가 이해 못 하는 표정을 하자 다른 동료가 설명을 덧붙여 준다. 


"서울서 한강 끄트머리만 보여도, 한강 뷰 어필하는 거 같은 거예요."

적절한 예다. 수긍이 갔다.

"아니 근데 한강이야... 정말 좋잖아"

멀리서 보이는 다랭이논 뷰 때문에 단돈 얼마라도 더 받으려는 집주인 때문에 속상한 동료가, 억울한 목소리로 말하자 다른 동료가 냉큼 마을 잘랐다.

"왜 다랭이 논도 좋잖아."

"... 그치 다랭이논도 좋긴 하지."

이 대화가 웃겨서 깔깔 웃었다.

귀촌인들의 농이다. 한강 뷰와 다랭이논 뷰. 

마, 농촌에서는 다랭이논 뷰가 알아준다 ! 





굽이굽이 집을 찾아 올라가는데 동료들이 옆에서 계속 감탄을 한다.

"아우, 동네 너무 예쁘다.", "풍경 좋다."

귀촌 10년 차도, 시골 풍경이 좋은 건 다 똑같은가 보다.


_


며칠 동안 이어지던 비가 그치고 해가 반짝 난 사이에 새로운 마을 구경을 마쳤다.

질리지 않는, 질릴 턱이 없는 초록을 수집하듯 찍었다.

내가 있는 지역은 가을이 그렇게 예쁘단다.

여름도 참 예뻤는데 가을은 더 예쁘단다. 아직 보지 못한 가을을 기다린다는 내 인스타에 달린 댓글.


이곳의 가을은 온통 금빛 물결이에요. 산은 보라색으로 물들고 어디서든 보이는 하늘은 높고 푸르고요.



보라색으로 물드는 산이라니. 글자만 읽는데도 황홀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11. 그래서 가을을 가져왔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