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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니 May 15. 2023

어떻게 이 시간을 지나갈 것인가

[ 요리에 대한 자존감이 낮았다. 술 한잔 할 때는 안주를 뚝딱뚝딱 만들곤 하지만 정말 본인의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늘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요리사지만 요리로 평가 받는 것에 두려워했고 본인이 책임지는 것에 대해 두려워했다. ]   


글쓰기모임에서 만난 학인의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날카로운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내 감정을 들킨 기분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디내놔도 안 빠진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내가 글을 쓰는 것보다 글쓰기 모임 운영하는 것이 더 편하고 즐거웠다. 글쓰기에 대한 공부를 해서 앞으로 전천후 글쓰기 선생님이 되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되고 싶다고 다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지금 적성에 잘 맞는 일을 하고 있구나, 일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구나 뿌듯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 문장을 만났는데 가슴이 뜨끔했다. 


두려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글쓰기로 직접 평가 받는 것이 두려워 피하고 싶은건 아닐까. 


새로 책을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하고, 어떤 글을 쓸 것인지 고민하고, 목차를 짜보면서... 두려움이 커졌다.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 가는 건, 부담스러워 피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세상에 잘쓰는 사람이 참 많은데’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이런 말을 주절대고 있다. ‘매력적인 사람이 참 많은데’,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도 참 많은데’ 글은 곧 자기자신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사람이 매력적인 글을 쓴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믿지 못하니 이런저런 핑계를 떠올리게 된다. 


내 머릿속 두려움에 대해 살핀다. 주절대는 말들을 살펴보면 결국 ‘나 잘하고 싶어’ 한마디가 남는다. 뭘 어떻게 잘하고 싶은지 자꾸 들여가봐야 한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관이다. 일단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그저 쓰는 것이 좋아서 썼고,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칭찬해주지 않아도 계속 썼다. 글을 쓰고 있다는 즐거움이 채워지지 않던 인정욕구를 가득 채우고도 남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요즘처럼 내가 흔들리면 대책이 없어진다는 것.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푸념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쓸 이유는 없는거다. 어제 읽은 글을 보면서 나를 들여다본다.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두렵구나', '평가 받는 것이 두렵구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글을 읽으니 마음이 좀 진정된다. 글로 적어놓은 지금의 상태를 읽으니 생각보다 별것 아닌 두려움이다. 잘 몰라서 크게 부풀려 놓았던 마음이 푹 꺼진다. 그리고 나면 금방 이 마음을 남겨놔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언제라도 이런 날이 또 올테니까. 무엇을 쓰고 싶은지 모르겠고 책임과 평가가 두려운 날. 그럼 읽어봐야 하니까. 어떻게 이 시간을 통과했는지. 


무엇보다 피곤이 쌓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딱히 쉬는 날이 없다. 이번 주말은 잘 쉬어가기로 했다. 텅빈 여백의 시간이 생기면, 그래봐야 글을 끼적이고 책을 펼친다. 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낸다. 같은 일을 해도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진다. 쉬려고 읽는 책과 쉬려고 끼적이는 글은 좀 다르니까. 결국은 계속 할거라서 징징거림도 느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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