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의 다이어트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학창 시절에는 체력장도 1급이고, 계주도 뛰고 나름 어느 정도 체육을 잘한 것 같다. 하지만 꾸준히 할 특정운동을 찾지 못했고, 딱히 스스로 운동시간을 짬 내어할 만큼 운동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그리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나는 간신히 붙잡고 있던 운동의 끈을 놓아버렸다.
20대 초중반까지 내 인생에 살찐 날은 없었다. 오히려 다들 너무 말라서 어떡하냐고 걱정을 했었다.(고 1 때는 키 166cm에 무려 44kg였다. 아득한 옛날이여) 맘껏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덕에 다이어트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전혀 모르고 지냈다. 행복한 줄 모르고 친구들이 식이조절할 때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그러지 말고 맛있는 거 먹자 했던 과거의 나. 깊이 반성한다.
대학교 3-4학년 즈음부터 나도 먹으면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했다. 그래도 별로 위기의식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금만 운동하면 금방 원래 체중으로 돌아올 줄 알았으므로.
운동화를 사고 일주일에 2-3번 정도 학교 운동장을 친구들과 수다 떨며 천천히 산책(?)했다. 그 정도만 해도 바로 빠질 줄 알았다. ‘운동 안 하다가 하는 거니까 살이 빠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물론 너무나 당연하게 살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몸무게에 금방 익숙해져서 ‘이 정도도 괜찮지’하고 밤산책마저 그만두었다. 그 이후로 처음 직장에 들어가서 힘들었던 때를 제외하고, 내 몸무게 그래프는 계속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다 위기의식을 처음으로 느낀 건 체중계 위에서 내 몸무게가 만삭 때 몸무게와 같다는 걸 발견했을 때다. 우리 아이는 내 뱃속에서 나와 유치원을 갔는데 왜 나는 만삭 몸무게인거지? 대충격. 슬금슬금 오르더니 결국 이렇게까지 도달하고 말았구나. 다이어트는 잘 모르지만 뭐라도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때부터 나의 게으르지만 열심인, 살 빼고 싶지만 의욕 없는 알다가도 모를 다이어트가 시작되었다.
*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