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지관 소설반에서
소설반에 새 학생이 들어왔다. 이름은 나희였다. 그날따라 반장이 결석하자 몇몇 학생이 수군거렸다.
학생들 “재국 씨가 반장을 갈기 전에는 수업 참가 않는다고 하여 오늘 반장이 안 왔나? 걱정이네. 반장이 일을 잘했는데.”
나희 “뭐 그깟 일로 걱정입니까? 다음 주까지 기다렸다가 안 오면 반장을 다시 뽑으면 되지요.”
학생 “뭘 아신다고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나요?”
나희 “할 사람이 없으면 내가 해도 되고요.”
학생 “좀 건방지신 거 아니에요?”
나희 “네, 나는 좀 건방지고 나서기를 좋아해요. 좋은 말로는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은 것이지요. 나서기를 좋아한다고 하여 내 별명이 나 서방이라고도 하지요.”
그 후로 사람들은 그를 나서방이라고 불렀다.
나이 어린 강사는 여러 번 말을 끊으려 하였으나 쉽지 않았던 거 같았다.
한편 반장인 복희는 아들과 딸, 둘을 두고 있었다. 부산으로 시집간 딸 정희가 엄마의 복장을 쑤셨다.
정희(딸) “(다짜고짜) 엄마! 부동산에 집 내놨지? 오빠에게 들었어. 내가 오빠에게 전화했어. 어디긴 어디야 부산이지. 왜 내놨어?”
복희 “ 주택이 너무 커서, 청소하기도 힘들고, 겨울에 너무 추워.”
정희 “ 언제는 나무가 있어서 좋다며?”
복희 “ 그때는 아버지가 살아 있을 적 이야기고. 벌써 가신 지가 5년이 넘었어.” 정희 “ 이번 일도 나와 상의도 없이. 오빠말만 들었지?”
복희 “ 매주 올케가 와서 청소랑 반찬이랑 해주었잖니?”
정희 “ (화난 투로) 그래서?”
복희 “ 오빠 집 근처로 가려고 가계약했어. 힘이 부쳐서 아무것도 못 해.”
정희 “ (화가 나서) 엄마! 집 팔면 내 몫도 단단히 챙겨 줘야 돼! 여자라고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 나 가만히 안 있어.”
복희 “ 왜? 아플 때 한 번이라도 와 주었니? 전화라도 해주었어?”
복희는 딸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정희도 엄마에 대해 불만이 많다. 엄마는 항상 오빠만 좋아했다며 피해의식이 있었다.
정희 “ 그래서 그런 거였어? 그래서 계속 차별했어? 말을 해 봐!”
복희 “··· (대답이 없다)”
정희 “엄마, 대답해. 엄마! 엄마!”
복희의 머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아, 사람이 이렇게 갈 수도 있는 거구나! 너무 오래 살았나? 복희의 손에서 폰이 떨어지고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복희는 위염이 있었다. 몇 년 채 아무도 몰래 동내 내과에 다니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아프고 즉각 화장실에 가야 했다.
의사 “ 위암 초기입니다. 일단 고비는 넘겼습니다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됩니다.”
정도(아들) “위암이라니요? 엄마는 원래 위가 약했어요. 만성위염이었어요.”
의사 “어머니는 만성위염, 위궤양 상태로 오랫동안 고생하시다가 이번에 위암 초기가 되었어요.”
정도 “따로 살아 잘 몰랐는데, 치료는 어떻게요?”
의사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연세도 있고 면역력이 너무 약해 약물치료만으로 가능할지, 방사선을 쪼여야 할지는 검사를 더 해야, 부위에 따라 수술할 수도 있고.”
정도 “스트레스만 받지 않는다면 견딜 수는 있겠지요?”
의사 “ 암 초기지만 조금만 소홀하면 전이될 수도.”
정희 “(헐레벌떡 거리며) 오빠! 엄마는?”
엄마 “(딸 소리를 듣더니 자는 척 눈을 감는다.)”
정희 “엄마,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정도 “너 엄마하고 무슨 일 있었지? 네 전화받고 쓰러졌잖아?”
정희 “(시치미 떼고) 별말 안 했는데.”
정도 “(화난 투로) 너하고 통화를 30분이나 했던데.”
정희 “왜 그게 내 잘못이야?”
정도 “전화를 계속 안 받아 정신없이 집에 왔는데, 엄마는 없지. 놀라 죽는 줄 알았어. 엄마는 혼자 병원에 간신히 간 거였어.”
정희 “ 그래서 이렇게 달려왔잖아, 병명은?”
정도 “ (화내며) 위암 초기야. 아직 잘못을 모르겠어? 스트레스가 문제야!”
정희 “ 왜 나만 못살게 해?”
정도 “ 엄마, 들으실라! 이리 와.”
정도는 병실 문을 살며시 열었다. 정도와 정희, 엄마 눈을 피해 복도로 나왔다. 딸과 아들의 말다툼, 언성이 높아진다. 엄마는 복도에서 들려오는 자식들의 싸움을 들으려고 귀를 쫑긋하며 누웠다가 앉았다.
강사 “ 김복희 씨, 왜 안 왔을까요?”
길순 “ (재국을 째려보며) 지난 시간에 누가 오지 말라고 했지요?”
재국 “ (기어가는 소리로) 내가 뭣을?”
학생 “ 반장이 있다면 본인이 수업 불참한다고 했잖아요?”
재국 “ 그 말 때문에 안 왔다고요? 설마?”
강사 “ (눈에 힘을 주며) 말에는 항상 책임이 뒤따르는 겁니다.”
재국 “(혼자 소리로) 딸한테 한소리 또 듣겠네.”
길순 “ (톡 쏘며) 지금 딸이 문제예요? 재국 씨 자체가 문제라고요.”
나희 “지난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재국 씨에게 모두 마녀 사냥하는 거 아닌가요?”·
학생들 “나서방 씨, 모르면 가만히 계세요. 아무 데서나 나서지 마세요.”
나희가 말을 하려 하자 강사가 말을 끊었다.
강사 “모두 조용히 하세요. 그 일은 내가 알아볼게요. 두 노인의 결말로 들어가요.”
학생들은 강사님의 말이 옳다,라고 생각했다.
강사 “성지순례를 떠난 두 노인 중에 누가 예루살렘까지 도착했나요?”
학생 “예핌이요.”
강사 “그럼, 예리세이는 왜 예루살렘까지 못 갔을까요?”
길순 “죽어가는 사람에게 물과 빵을 주고 병든 자를 도왔으며 그들이 재생할 수 있도록 밭과 말을 사주었어요. 준비한 돈도 다 써서 집으로 일찍 돌아왔어요.”
강사 “예핌은 성지순례를 다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리세이가 들렸던 집에 들렀는데 어떤 대접을 받고 무슨 말을 들었나요?”
학생 “예핌은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그들은 예리세이를 천사였다고 말했어요.”
강사 “예핌이 집으로 온 후 느낀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길순 “친구처럼 서로 사랑하고 착한 일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기쁘게 다하는 일이 예루살렘을 못 가도 하나님을 만나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거 같아요.”
학생 “기쁨은 먼 곳에 있지 않고 가까이 지금 이곳에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강사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