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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일어나라!

6. 소설반 친구와의 우정

by 한평화

“저렇게 작은 강아지 집에 있다고? 리라야~ 리라야!”

눈물을 글썽이며 강아지 집을 움직여본다.

“어, 강아지 집이 안 움직이네?”

“(웃으며) 그 안에 있을 거예요. 아이들은 작은 것을 좋아해서.”

“찾았어요. 있어요. 복희 씨가 나를 살려주었어요. 엉 엉.”

“한 잠 잘 잤네. 어~ 할아버지 울었어?”

“(눈물을 훔친다) 리라야, 할아버지 간 떨어질 뻔했어. 다음부터 이런 일 없기로 해. 할머니가 너를 찾아주셨어.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어떻게 나를 찾았어요? 왕년에 탐정이셨나요?”

“초등학교 선생이셨어. 너희들 마음을 잘 알지.”

“또 제가 없어지면 할머니가 찾아주시겠네요. 할아버지는 간이 떨어지고요.”

리라의 말에 복희와 재국은 함께 웃는다.

“(복희에게) 뭐라고 감사의 말을 들여야 할지. (고개를 숙인다)”

“와~ 우리 할아버지에게도 잘 보일 사람이 생겼네.”

“(얼굴을 붉히며) 할머니한테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할머니,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숨바꼭질하고 놀아요.”

“리라야, 안 돼.”

“괜찮아요. 다음에는 이 할미하고 숨바꼭질할까?”

“(손뼉 치며) 네, 그래요.”

복희, 재국과 리라는 모두 웃으며 헤어졌다.


소설반 교실이다. 교실에 들어오며 재국이 복희를 보자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길순이는 그 모습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는 시늉을 복희에게 보낸다. 재국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복희도 답례로 더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안녕하세요? 두 달 후 작품발표회가 있고 다음이 종강이에요.” 강사가 말했다.

“섭섭해요. 세월이 너무 빨라요. 아프고 나니까 이 시간이 더 소중한 거 같아요.”

“맞아요. 배워야 할 것들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요.” 복희의 말을 길순이 긍정한다.

“첫 시간에 부탁했던 일기는 잘 쓰고 있나요?”

“네!” 수강생 모두 시원하게 답했다.

“대답 안 한 친구도 있나요?” 강사가 재차 물었다.

“(두리번거리며) 없어요. 한 사람도 없이 다 썼나 봐요.” 수강생이 말했다.

“재국 님도 대답을 했나요?” 강사가 물었다.

“네, 재국 님도 일기를 잘 쓰고 있답니다.” 스스로를 재국이라 하자 모두 웃는다. 유모도 풍부해졌고 재국이 이상해져 간다.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을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재국이 겸손하게 말했다.

모두 깜짝 놀라 재국을 바라보았다. 재국도 성욱도 웃고 있었다. 무엇이 재국을 변하게 만들었는지는 두 사람만 알고 있다.

“종강 전에 작품발표회가 있어요. 모든 학년이 끝날 때, 시험 보고 넘어가듯이. 그러나 우리는 염려할 필요가 없어요. 그동안 썼던 일기가 수필도 되고 시, 소설도 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요?”

“일기의 주인공은 누군가요? 바로 자신이지요. 자신인 나 대신에 철수와 영희를 넣어 봐요. 그럼 소설이 될 수 있어요.”

“그럼 철수와 영희가 주인공이겠네요.”

“그렇지요. ‘안네의 일기’를 쓴 작가 안네 프랑크는 자신의 일기에 ‘키티 안녕? 잘 있었어?’ 하며 일기를 썼지요. 이렇게 하면 1인칭 일기가 3인칭 소설도 될 수 있어요. 2인칭 소설로는 ‘그때 너는 정직했다’, 할 수도 있어요.

“(손을 들어)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시겠어요?”

“네. ‘어제는 내 친구가 독일 친위대에 붙잡혀 가서 슬펐다’를 소설로 바꾸어 쓰면 ‘키티, 어제 내 친구 철수가 독일 친위대에 붙잡혀 갔어. 어떻게 될지 몰라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팠단다.’라고 할 수 있어요.”


아~ 내 친구 철수야!

독일 친위대에 잡혀

어디 있는가?

그대가 몹시 그리워

같이 낚시하였던 강가를

수없이 맴돌고 있다네


하면 시가 될 수 있어요.

“일기가 중요하네요. 뼈대가 되고, 성찰도 되고, 사건일지도 되네요.” 학생이 말했다.

“맞아요. 그렇지요. 숙제 낼게요. 썼던 일기 중에서 하나를 골라 3인칭 소설로 바꾸어 오세요. 어려울까요?”

“골치는 아프겠지만, 불가능은 아니지요. 주인공 이름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요?”

“이름은 중요해요. 먼저 우리 소설반 친구의 이름을 쭉 적어요.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고르고 이리저리 나누어 짝도 맞추어 이름을 만들어 보세요.”

“(반장은 A4 용지 한 장을 돌린다) 여기에 이름을 적어주시면 사무실에서 복사하여 한 장씩 나누어 드리겠어요.” 반장인 복희가 말했다.

“그럼, 반장님 수고해 주세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네, 강사님은 다음 수업준비에 들어가셔도 됩니다.”라고 반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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