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숙의 하루

4. 새로 이사 온 7층은 문제해결사였다.

by 한평화

어느 날 저녁이다. 딩동, 누가 벨을 눌렀다. 7층이 새로 이사 왔다며 집수리한다고 사인을 받으러 왔다.

“저녁에 찾아와서 미안해요. 낮에는 안 계셔서요. 열흘간 좀 시끄러워요.”

“7층으로 이사 오셨군요.” 복희는 사인을 하면서 7층이라는 말에 걱정이 되었다.

“다들 7층이냐고 확인하는 것이 좀 이상도 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러키세븐이 좋았어요. 고맙습니다.”하며 7층은 웃으며 갔다.

“누구야?” 남편이 물었다.

“7층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 집수리한다고 사인받으러 왔어.”

“8층 하고 층간소음으로 싸우고 이사 간 그 7층으로?”

“응, 그 빈 집에 새로 이사 왔다고 하네.”

“이번에는 조용히 지내야 될 텐데.”


다음날 아침, 9층이 차 한 잔 하자며 놀러 왔다.

9층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새로 이사 온 7층이 위층하고 잘 지낼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닐 거야. 오죽하면 이사를 갔겠어?”

“8층 큰아들이 4학년이고 작은아들이 2학년이니까 좀 참아준다고 했었는데.”

“맞아 처음에는 일 년 정도 참아주면 철이 들어 뛰지는 않겠지,라고 말했어.”

“엄마 아빠가 맞벌이하니까, 엄마한테 매번 말하는 것도 어려웠지.”

“그렇다고 날마다 뛰는 아이들을 뛸 때마다 혼낼 수도 없고.”

“남편이 시끄럽다고 불평을 많이 하는데 이사 가는 것이 속 편하겠다고는 했어.”

10층과 9층은 새로 이사 온 7층이 어떻게 잘 넘길지 지켜보자며 말하고 헤어졌다.


딩동, 7층이 수리는 다 끝났다며 친정집에서 키운 늙은 호박을 들고 10층을 찾아왔다. 7층은 마트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

“우리 위 8층에는 아이들 몇이 살고 있나요?”

“아이 둘인데. 친구까지 왔었나?”

“몇 학년이지 혹시 아세요?”

“초등학교 2학년하고 4학년 형제지요.”

“한참 뛸 때군요.”

“아이들이 많이 꿍꿍거리나요?”

“네, 마트 가서 아이들 슬리퍼를 살까 해서요. 지금 바로 가면 마을버스 타겠네요?”

“지금 가면 마을버스 탈 수 있어요.”

“고마워요. 마트 가서 소리 덜 나는 것으로 사야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7층은 마트에서 마음에 드는 슬리퍼를 찾지 못했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한참을 뒤졌다. 남자 초등학생이 좋아할 것 같은 디자인을 찾았다.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 것도 골랐다. 네 켤레를 품질 좋은 것으로 고르니까 금액이 꽤 나갔다. 그러나 소리가 잘 나지 않을 슬리퍼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고 귀도 행복할 것 같았다. 이틀 후에 물건이 도착했다. 바로 8층에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며 놀고 있었다. “엄마는 어디 가셨니?”

“엄마는 직장에 나갔어요. 아줌마는 이 아파트에 살아요?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

“나는 7층으로 새로 이사 온 아줌마야. 이거 주고 싶어서.”

“뭔데요, 열어 봐도 되지요?” 아이들은 정신없이 포장지를 풀었다.

“와, 유행하는 만화캐릭터이네요. 우리 뛰지 말라고 주신 거죠? 디자인이 멋져요.”

“그래주면 참 고맙지.”

“엄마, 아빠 것도 있네요. 엄마가 좋아하실 거 같아요. 아빠 것도 멋있어요.”

4학년 형이 말했다. “아주머니, 우리가 뛰어서 미안해요.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하며 고개를 깊숙이 숙이자 동생도 그대로 따라 했다. 그 후로 8층에서는 뛰는 소리도 없었고 계속 조용했다. 며칠 후, 조용히 해준 아이들이 고마워서 7층은 8층 아이들에게 갔다.

“뭘 이렇게 고구마를 가지고 오셨어요? 맛있겠어요.”

“배고프면 지금 먹어도 돼.”

“그런데 가끔 뛰고 놀고 싶어요.”

“그럼, 아줌마 하고 옆 놀이터에서 배드민턴 하고 놀까?”

“네, 좋아요. 뛰고 싶을 때, 7층으로 찾아갈게요.”


며칠 후, 8층 엄마가 감을 한 박스 가득 가지고 왔다. 시골 감나무에서 따온 것이라 했다. 슬리퍼를 잘 신고 있다며 아이들 마음을 잘 살펴줘서 고맙다며 거듭 말했다.

7층은 감을 나누어먹고 싶어 10층으로 갔다. 10층에는 9층도 같이 있었다.

“아이들은 좀 조용해졌나요?” 요즘 조용해서 궁금했어요.

“네, 조용하고 시끄럽지 않아요. 뛰고 싶으면 나와 배드민턴 같이 하자고 했지요.”

“와, 7층은 문제해결사네요. 돈으로도 풀 수 없는 그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했네요.”

“아니요. 그러나 문제해결사라는 말은 종종 들었어요.”

“하하 호호, 문제해결사님이 이사 오니까 아파트가 조용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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