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숙의 하루

6. 도서관과 삼각 김밥

by 한평화

아파트 현관 게시판에 도서관장을 모신다는 공고가 났다. 작은 아파트에 작은 도서관이 생긴다는 내용이었다. 도서관장은 사서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우리 아파트에 사서가 있을까?” 찻잔을 내려놓으며 9층이 말했다.

“글쎄, 도서관이 생긴다면 좋은 일이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마음껏 책을 볼 수 있고.” 복희는 대답하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같이 나이가 많은 사람도 도서관장이 될 수 있을까?” 복희가 물었다.

“나이가 든 사람이 관장 노릇 하기에는 괜찮을 것 같아. 언젠가 TV에 전쟁에도 살아남은 오래된 외국 도서관이 나왔었어. 흰머리의 도서관장이 나오더니 기자의 질문에 역사를 섞어가며 대답을 잘하더군. 왜 물어, 관장이 되고 싶었어?”

“아니,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어.” 복희는 차를 마시고 한 층을 위로 단숨에 뛰어 10층 자기 집으로 빨리 돌아왔다.


복희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자격증만 모아둔 서류철이 어디 있었는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눈살을 찌푸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필요할 일이 없겠지 하며 오래전에 치웠던 일이 기억났다. 한참을 뒤지다가 서재 아래 칸 구석에서 찾았다. 제법 두툼했다. 복희 나이가 70이 넘었으니 몇십 년을 이리저리 둥글어 다녔던 것이다.

복희는 소설가가 꿈이었다. 어떤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그들의 시대와 사회적 배경이 너무 부족하여 쓸 수가 없었다. 그 소설을 쓰기 위해 역사를 배웠다. 역사를 배우고 나니 지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조국을 침략한 이웃나라의 정치적 배경을 알아야 될 거 같았다. 지리를 배우고 나니 이번에는 가르쳤던 선생이 세계사를 배우면 전쟁이 일어난 동기를 더 자세히 쓸 수 있다고 하였다. 강의를 들었다.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었다. 세계의 가치적 판단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제국주의 시대, 모양은 조금 달라도 지금도 그러한 거 같다. 고쳐지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사람의 마음에 선과 악이 함께 있다면 전쟁이라는 악은 급성장하는 거다. 선은 늦게 작동하고. 평화!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킬 힘이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며 자격증과 졸업증서들을 모아 한쪽으로 치워두었다. 묶음 안에서 사서자격증이 나왔다. 도서관학과, 은행도서관에서 근무했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떨어진 책들을 버리지 않았다. 붙이고 수선하여 보고 또 보았다. 하얀 장갑을 끼고 깡통 안의 접착제 본드를 짜장면 나무젓가락과 스텐 수저를 사용하여 떨어진 책들을 보수해 나갔다. 50년 전의 이야기였다. 지금도 도서관에서는 그런 접착제로 책들을 고전적으로 수선한다. 이제는 누렇고 낡은 책들을 기피하니까 새 책으로 쉽게 교체한다.

건축자들이 쓸데없다고 버린 돌 바로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괜히 도서관학과를 전공했다며 국문학과에 갈 것을, 하며 후회했으나 시시하게 여겼던 그 도서관학과가 복희를 세상으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복희는 도서관장이 되었다. 숲속도서관의 고객은 주로 초등학생이다. 도서마라톤, 행사를 시작했다. 겨울방학 두 달 동안 책 100권을 읽는 일이다. 고학년은 하루 10권도 읽는다. 저학년은 두세 권쯤을 읽고 나면 기지개를 켜거나 좀 쉬고 싶어 한다. 그럴 때쯤 옆의 작은 놀이방으로 간다. 독서와 놀이가 함께 있다. 놀이시간이 좀 길어지는 것 같으면 사서가 많이 놀았다며 독서로 유도를 한다. 절제를 배우는 것이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훈련을 통하여 배우며 아이들은 책을 읽는다. 어른들도 책을 한참 읽고 나면 좀 쉬고 싶어진다. 놀이방에는 자신의 마음이나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손가락을 이용하여 만드는 놀이가 있다. 한 아이가 무엇인가를 만들었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마음이라고 한다. 색 조합을 아주 잘했다. 마음이 고운 것이다. 늦게 온 유치원생은 “선생님, 이게 무엇 같아요? 삼각 김밥이에요.”하며 닦아왔다. 김밥을 표현하는 검은색 작은 플라스틱 안에는 하얀 플라스틱 쌀밥이 들어있었다. 먹을 것을 표현한 학생에게는 과자를 준비하여 주고 싶다. 과자는 엄마들이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적당한 때에 귤을 주고 싶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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