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6
토트넘은 오늘 새벽 아스널과 홈경기에서 0대 2로 패했다.
패리시치는 공격라인으로 올라가서 흥민이가 볼을 만들어서 자신에게 줄 볼을 기다렸다. 그러나 흥민은 상대팀 여러 선수들이 한꺼번에 둘러싸니까 패스할 때를 기다리고 공간을 확보하여 페리시치를 향하여 찼다.
페리시치는 기다리지 못하고 흥민이 볼을 안 준다고 불만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다가 바로 들어온 흥민의 볼을 놓쳤다. 이 모습이 페리시치의 마음 상태였다.
기다린다는 것은 믿는다는 것이다. 보통 선수들은 자기 역할을 하면서 동료의 볼을 기다리는데 페리시치는 볼을 안 준다고 화를 내다가 볼을 받지 못했다.
페리시치는 흥민을 믿지 못하여 기다리지 못했다. 흥민을 믿지 못하기 전에 자신을 믿지 못한 것이다. 페리시치의 머릿속에는 흥민의 볼이 오면 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으므로 시간이 더디 갔을 것이다.
페리시치는 볼을 상대선수에게 자주 뺏기고 볼도 못 넣는다. 반 박자가 느리므로 볼을 넣기가 어렵고, 흥민이는 반 박자가 빠르니까 둘이는 호흡이 안 맞는 것이다. 선수가 자신과 동료를 믿지 못하니 상대와 싸우기 전에 미리 진 것이다. 잘 뛰어도 승리가 어려운데, 페리시치는 동료를 믿지 못하니까 이미 패한 상태였다. 선수는 상대의 실수와 내 실수 모두를 감당해야 한다.
흥민이도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경기 후 그는 고개를 떨구며 들어갔다.
흥민! 너무 고개 숙이지 마, 네 잘못이 아냐. 기다리지 못한 페리시치가 문제야.
그래서 벤투가 축구는 믿음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구나,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 달리기를 하는데, 바통을 나에게 전해주는 친구가 늦게 주는 것이었다. 그 친구도 그런 사정이 있었던 것이었다. 늦게 주든 말든 나는 그것을 잘 받고 달리면 되는 것이다. 달리기 전부터 나에게 늦게 주는 친구를 원망하다가 꼴찌로 들어왔다. 페리시치 경우하고 꼭 닮았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일찍 기회가 오든 늦게 오든 내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중국의 진시황이 다른 나라의 침략을 막기 위하여 만리장성을 쌓았지만, 진나라가 망한 것은 정작 내부 안의 부패 때문이었다. 모든 것은 먼저 내 안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을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더 어렵고, 자신을 이기는 자가 천하를 다스린다고 하였다.
축구는 세계다. 쩐이 세계를 다스리지만 축구는 쩐을 다스린다.
쏘니는 쩐보다는 행복하기 위하여 축구를 한다고 하였다.
쩐이란 축구 세계에서 한 송이 축구장미를 피우는 것이다.
흥민, 마음 너무 아파하지 말아요. 오늘 최선을 다했어요. 그러면 됐어요.
다음 경기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