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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Aug 04. 2020

두 번째 상담

부부 상담을 신청했기 때문에 매 회기마다 같이 들어가서 상담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상담부터는 오빠 따로 나 따로 상담이 진행될 거라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상담이 왜 따로 진행되나요?"

선생님께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해주셨다.

"스스로를 잘 알아야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선생님은 우리가 상담과정 중 주고받은 이야기는 남편에게 공유가 되지 않을 것이며 비밀 보장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해주셨고 만약 상담과정 중 꼭 필요한 이야기라면 나의 동의를 구하고 남편에게 전달하겠다고 이야기하셨다.


먼저 '불안'이라는 주제로 대화가 진행되었다. 잔소리가 많은 사람은 불안이 높은 편이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엄마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 그래서 그랬던 거야'

그 사실을 아는 것 만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내게 본질적인 질문을 하셨는데 나는 질문을 찬찬히 곱씹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엄마로부터 그리고 아빠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엄마에게는 불안 및 다혈질 성향을 얻었으며 아빠로부터는 도박에 대한 트라우마를 받았다.


상담은 '긴장'이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왜 어른을 만나고 대할 때면 긴장하실까요?" 

선생님은 우리가 주고받았던 대화의 내용을 다시 한번 재 진술하셨고 나는 고민했다.

'왜 나는 어른을 만날 때면 긴장을 할까?'

나를 공격하고 상처를 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로 인해 내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것을 배웠다.

'나의 내면은 그렇게 나에게 계속 말해주고 있었구나'

 

사람은 존재감을 드러낼 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둘 중의 한 방법을 쓴다고 한다. 난 어떤 식으로 내 존재감을 드러내는지 생각해보았다.

'부모님이 보여준 어른의 이미지로 인해 다른 어른들을 대할 때면 반감을 가지고 내가 대할 수도 있겠구나'

내 마음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내면의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께서는 내 유년시절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져 자기 처벌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하셨다. 그것은 내 신체적, 정신적 건강으로 드러났다. 나는 어릴 때 부모님의 싸움을 말리지 못했고 동생을 방치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늘 가지고 있었다. 나는 어렸고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없었던 꼬마였다. 이제는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나의 시댁 이야기를 들으시고, 내가 시댁에 대한 방어와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공존한다고 이야기하셨고 나는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게 제가 덜 상처받고 좋은 방향일까요?"

어떤 것이든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명확한 답을 내려주시지는 않았지만 내 이면의 감정을, 양가감정을 스스로 알아차리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이번 상담에도 어김없이 나는 휴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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