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장생활을 나름 오래 하게 되면서 터득한 방법은 바로 대답 미루기이다. 나는 충동적으로 '예스'로 대답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라고 대답하면 비난받을까 봐 무서웠다.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면 어쩌지?"
나는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지만 그것은 내 욕심이었다. 내가 '예스'로 대답하게 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나만 지는 것이 아니었고 그 여파는 생각보다 멀리까지 날아갔다. 내 직장동료까지 영향을 받았고 일이 늘어나게 되자 나는 버거워하며 사랑하는 나의 가족은 점점 뒷전이 되었다. 슈퍼우먼이 되고 싶었지만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했고 내가 가진 그릇의 크기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 자신,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을 먼저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상사의 제안이 들어왔을 때, 결정권이 있다면 바로 선택하기보다 언제까지 대답을 드려야 되냐고 물어본 뒤 그 날짜까지 답을 드리겠다고 이야기드렸다.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한 번의 시작은 어려웠지만 점차 다양한 방식으로 거절하는 기술이 생겼다.
예를 들어, 상사가 나에게 치료하는 대상을 늘리기를 원하셨을 때, 내가 가진 체력 및 정신적 한계에 다다라 지금 맡고 있는 아동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지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치료의 질이 떨어질 것 같은 상황이 눈에 그려졌다. 나는 금전적 욕심을 부리기보다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도달했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제가 그릇이 크지 않아서 지금 아이들 잘 이끌어가는데도 벅찬 것 같아요. 부모님들이 믿어주시는 만큼 치료 준비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동을 더 받게 되면 치료의 질이 떨어질 것 같아서 더 받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합니다"
솔직한 나의 심정을 이야기했고 의견을 수용해주셨다. 예전에는 미움받을까 봐 두려워서 거절을 못했다면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로 했고, 그로 인해 비난을 받는다면 받아들여야지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