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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Aug 05. 2020

나의 대처전략

내가 직장생활을 나름 오래 하게 되면서 터득한 방법은 바로 대답 미루기이다. 나는 충동적으로 '예스' 대답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라고 대답하면 비난받을까  무서웠다.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면 어쩌지?"     

나는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지만 그것은 내 욕심이었다. 내가 '예스'로 대답하게 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나만 지는 것이 아니었고 그 여파는 생각보다 멀리까지 날아갔다. 내 직장동료까지 영향을 받았고 일이 늘어나게 되자 나는 버거워하며 사랑하는 나의 가족은 점점 뒷전이 되었다. 슈퍼우먼이 되고 싶었지만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했고 내가 가진 그릇의 크기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 자신,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을 먼저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상사의 제안이 들어왔을 때, 결정권이 있다면 바로 선택하기보다 언제까지 대답을 드려야 되냐고 물어본 뒤 그 날짜까지 답을 드리겠다고 이야기드렸다.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한 번의 시작은 어려웠지만 점차 다양한 방식으로 거절하는 기술이 생겼다.

예를 들어, 상사가 나에게 치료하는 대상을 늘리기를 원하셨을 때, 내가 가진 체력 및 정신적 한계에 다다라 지금 맡고 있는 아동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지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치료의 질이 떨어질 것 같은 상황이 눈에 그려졌다. 나는 금전적 욕심을 부리기보다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도달했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제가 그릇이 크지 않아서 지금 아이들 잘 이끌어가는데도 벅찬 것 같아요. 부모님들이 믿어주시는 만큼 치료 준비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동을 더 받게 되면 치료의 질이 떨어질 것 같아서 더 받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합니다"


솔직한 나의 심정을 이야기했고 의견을 수용해주셨다. 예전에는 미움받을까 봐 두려워서 거절을 못했다면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로 했고, 그로 인해 비난을 받는다면 받아들여야지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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