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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Aug 06. 2020

성인이 된 우리는 어떤 놀이를 할까

                                                            

작업에는 9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 우리가 보내는 일과를 찬찬히 돌아보면 사실은 다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을 가고 잠을 자고 종종 친구들과 만남을 통해 사회적 참여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마다 중요시 여기는 작업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여가에 높은 비중을 둔다면 또 어떤 사람은 워커홀릭으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작업치료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성인이 된 우리는 여가 말고 어떤 놀이를 할까?

일단 인터넷 검색으로 나온 내용은 바둑, 장기, 화투다. 우리 세대와는 너무 거리가 먼 동떨어진 이야기인 것 같아 내가 MZ세대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자, 그럼 시작하지.


"여러분~ 내가 궁금한 게 한 가지 생겼어요. 요즘 내가 취미 삼아 글을 계속 쓰고 있는데 이번에 쓰고 싶은 주제는 20살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 여가 말고 어떤 놀이를 종종 즐기는지 묻고 싶어요."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당황스러워하며 보인 반응은 이랬다. 여가 말고 놀이? 갸우뚱갸우뚱

(참고로 밑에 친구들 이름은 익명이다. 본인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테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 지희: 놀이요???..... 음... 놀이는 아니고 필라테스 다니고 책 읽기 말고는 딱히 하는 게 없는걸요ㅠㅠㅋㅋㅋ

2. 정희:  놀이??? 음 난 놀이는 음.... 보드게임? #바퀴벌레 포카 

(친절하게도 보드게임 사진까지 첨부해주었다.) 

3. 수희: 흠... 어렸을 땐 방방 뛰는 거 좋아했고... 쉬긴 해도 놀진 않아. 논다 생각해서 노는 건 없는 거 같은데? 드라마 보기?

4. 미자: 나 폰 게임 섬 꾸미는 거 해... 놀이?

5. 윤자: 술 먹기, 돈 쓰기

6. 유자: 여가 말고 놀이라 보드게임?

7. 혜자: 놀이! 나는 색칠놀이 붓으로! 그거랑 큐브. 큐브 재밌다. 너도 해봐. 아 보드게임도 한다.

8. 은자: 놀이? 나는 사실 취미가 없는 게 고민이야 ㅠㅠㅠ근데 남편은 차 운전하는 게 놀이더라고. BMW 브랜드나 벤츠에서 차 고속 주행해볼 수 있도록 트랙 운전할 수 있게 신청받기도 하더라고. 옆에서 그런 모습 보면 진짜 즐기고 잇는구나 싶어. 나는 놀이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뿌염 하거나 네일아트 받으러 가는 거 좋아.

9. 창수: 나는 골프 기타 드럼 독서. 뭐 음 그 뭐냐 서핑하는 친구도 있더라

10. 성수: 음 성인이 되고 나면 미성년자 때보다 이동의 자유가 있으니까 놀러 가서 레포츠 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 성인과 미성년자로 구분을 둔다면 오토바이, 운전, 드라이브, 캠핑.


이 열 명의 의견들 중에 개인적으로 내가 느끼기에 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한 친구는 혜자와 창수였다. 혜자의 말에는 정말 어린아이의 동심이 느껴졌고 얼마나 재밌으면 나에게 권유까지 했다. 그런데 내 기준에서는 창수의 답이 좀 의아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 기타로 밥벌이를 하며 살잖아. 근데 일이 아니라 놀이라고?" 

그 친구는 자신 있게 대답했는데 그 자신감이 부러웠다. 일이 취미라고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나는 취미이기도 함. 기타 치면 게임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아직 하는 거지 ㅎㅎ "


또 성수와 윤자의 대답도 독창적이었다. 성수의 이야기를 듣고 '이동을 통해 놀이가 확장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색다른 시야를 얻을 수 있었고 성수가 작업치료사 했으면 잘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나에게는 그 말이 신선했다. 윤자의 대답은 '정말 윤자만이 해줄 수 있는 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랑방탕한 생활을 꿈꾸는 윤자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대답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에게는 술 먹기가 사회적 참여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작업일 텐데 윤자는 놀이 카테고리로 묶는 게 더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놀이는 눈사람 만들기와 레고 조립하기다. 코로나 이전에는 사실 남편과 매주 레고 카페에서 레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코로나가 내 놀이를 뺏아가서 요즘은 하지 못하고 있다. 레고가 너무 비싼 게 아쉬울 따름이다. 또 난 여전히 겨울이 되면 눈사람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오빠가 함께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눈이 쌓이면 종종 혼자 나가서 만들고 온다. 부모가 된 사람들 중 일부는 눈사람 만들기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원해서 만들어줄 수도 있다. 그럼 그분 들에게는 눈사람 만들기가 놀이가 아니라 일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마다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내막을 살펴보면 작업의 영역은 다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놀이, 어떤 작업을 좋아하시나요? 이 글이 여러분의 하루 일과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들을 공유해준 제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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