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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Aug 03. 2020

휴학 후 나의 사회생활

보건계열 학과에서 휴학을 선택하다

보건계열 학과의 휴학률은 20% 미만으로, 인문/자연계열에 비해 휴학 없이 바로 학부를 졸업하는 분위기이다. 처음으로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려고 하니 두렵고 외로웠다. 나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결심했지만 뚜렷한 계획은 없었다. 휴학서를 내러 가기 전, 나의 마음을 다 잡기 위해 적어둔 다짐 이 여전히 기록으로 남아있는데 부끄럽지만 내용은 이렇다. 1.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기. 2.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가 모두 집 주변에 위치했었기 때문에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서 생활해본 적이 없었다. 한 번쯤은 가족과 떨어져서 살아보고 싶었다. 휴학 후 바로 기숙사가 있는 워터파크를 들어갔고 일하는 근무 파트가 워터파크의 최전방선  '그리팅'이라는 파트에서 일하게 되었다. 손님맞이, 음식물 반입 제한, 물품보관, 티켓 확인 등 다양한 업무가 주어졌으며 일은 로테이션되었다. 티켓 확인을 하는 전산시스템은 간단했지만 나는 일을 배우는 속도가 매우 느렸고 숙달되는 데까지 오래 걸렸다. 먼저 일한 근무자들이 차근차근 알려주었고 여러 번 설명해준 덕분에 시간이 지나자 손은 눈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그 일이 점점 익숙해졌다. 극 성수기에 일을 했기 때문에 하루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중 1~2명의 진상은 늘 있었다. 부모님을 들먹이는 사람부터 반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 바닥에 껌을 던지며 버려달라는 어린 손님까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함께 일하는 근무자들이 좋았고 연령대가 비슷했기 때문에 금세 친해졌고 나름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성수기가 지나자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원들은 돌아다니며 근무자들에게 언제까지 일한 건지 캐묻기 시작했다. 결국 직원급의 극 소수를 제외하고는 다음 날 모두 해고되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로 인해 모두 뿔뿔이 흝어졌다. 함께 일했던 근무자이자 친한 동생인 유자는 용인 에버랜드에 지원서를 넣어 합격한 뒤 올라갔고 함께 일하자며 나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나는 큰 고민 없이 이력서를 넣은 후 면접까지 보았다.


며칠 뒤 합격 문자가 왔고 엄마에게 내 생각을 통보했다.

"나 용인에서 아르바이트할 거야."

엄마는 눈물을 흘리고 소리치면서 극도로 반대했지만 황소 같은 나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그 후 나는 김해에서 용인으로 상경했다. 나의 두 번째 사회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놀이공원에서 근무할 때를 회상하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모른다. 처음 입사 후 근무지를 배치받기 전에 서비스 교육만 받을 때는 정말 내가 꿈꾸던 생활이었다. 다양한 지역, 전공, 생각을 가진 이들을 만나 모든 것이 새로웠고 재밌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겨울의 꽃 눈썰매장

내가 처음 배치받은 근무지는 눈썰매장이었다. 놀이공원의 겨울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눈썰매장 아니겠는가?  놀이공원이 오픈되는 순간 태권도복을 입은 어린이 단체손님부터, 외국인 손님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썰매장으로 왔다. 김해에 위치한 워터파크에서 했던 손님 응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안전을 위해 썰매장의 입구에 서서 어린이 손님의 키를 측정하고 손님의 키에 맞는 썰매장으로   있도록 안내해야 했고 임산부 손님과 하이힐 신은 손님은 입장할  없도록 제한해야 했다.  사람을 머리부터  끝까지 계속 확인해야 했는데 많은 손님을 보다 보니 종종 놓쳤다. 손님을 탑승시켜주는 일을 하는 직원의 컴플레인이 무전기에서 들릴 때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업무는 손님의 안전과 바로 직결될  있기 때문에 섬세함과 정확도는 생명이었다. 예를 들어, 썰매장 안으로 음식물 반입을   없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응대를 하다 보면 관심이 그쪽으로 전환되어 옆에 있는 다른 손님을 보지 못하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계속 집중하고 주의를 살펴야 했고 같은 행동으로   주의를 받았다.

내 앞의 상황만 볼 것이 아니라 부모님과 떨어진 어린이 손님,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 바닥에 떨어져 있는 분실물 등 주변의 상황들도 계속 살펴야 했고, 그 상황에 맞는 빠른 판단을 요하는 순간이 많았다.


사회생활은 앉아서 공부를 학습하는 것과는 결이 매우 달랐다. 일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내가  도움에 대해 감동받았다고 말씀해주신 손님들의 칭찬이 나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행복해하는 손님들의 모습에 나도 행복을 얻었일하는  어느 순간 즐거워졌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손님들을 살피고 관심을 가지다 보니 일이 점점 수월해졌다.  


부부 심리상담을 했을  mbti검사를 해주셨는데 나는 ISTP 나왔다. ISTP 특징  하나는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눈썰미도 후천적으로 획득될  있는 것일까? 나의 경우에는 노력과 경험을 해 얻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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