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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Aug 02. 2020

실습생활 실패기

나의 터닝포인트 中  

돈 많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 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중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부러웠다.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뭔지, 내 취향이 뭔지 알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대학교를 휴학하기 전까지는 옷, 신발 등 나의 모든 것을 엄마가 골라주고 사주었기 때문에 나만의 취향이랄 것도 없었다. 심지어 내 속옷 치수조차 난 몰랐다. 엄마가 해주는 게 너무나 익숙했고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순응하며 살았다. 소위 어느 정도 수준의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고 학점만 유지하며 단조롭게 살았다.


내 인생의 전환점 중 하나는 2학년 겨울 방학 때 나간 병원 실습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내 행동들이 퍼즐 조각 맞춰지듯 다 이해가 된다.

'내가 대체 왜 이럴까?'

'나도 내가 너무 답답해'

매일 이런 생각들을 했다. 나는 선생님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눈치도 없었고 상황판단에 어려움을 겪었다.

단적인 예로, 선생님은 내게 부탁했다.

"볼펜 좀 줄래?"

나는 선생님께 대답을 하는 동시에 몸을 바삐 움직였으나, 내 몸이 너무 멀리 가버렸다. 선생님은 내 옆에 있는 볼펜을 달라는 의도였는데 나는 사무실까지 뛰어간 것이다. 나는 선생님들께 매일 혼이 났고 눈치가 이렇게 없어서 어쩌냐고 혀를 내두르셨다. 선생님은 내 지능이 걱정되셨던 것 같다.

"학점이 어떻게 돼?"

선생님은 내게 물어보셨고 나는 우물쭈물하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4.01입니다."  

선생님은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한번 되물었다.

"뭐라고?"

"제 평균 학점 4.01입니다."

선생님은 학점이 그 정도 나오는데 이렇게 눈치가 없을 수 있냐며 황당해하셨고 주변에 있는 선생님께도 이 사실을 널리 전파하셨다. 그런 분위기를 통해 '내가 눈치가 정말 많이 없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선생님께서는 매일 같이 물어보았다.

"이 일 할 수 있겠어? 할 거야?"

원하시는 대답이 있는 것 같아 선뜻 내가 생각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매일 밤 생각했다. '학교를 나오면 성적은 큰 평가기준이 되지 않는구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눈치를 키워야겠다. 어떻게 키워야 하지?'


그리고 실습이 끝난 후 결심했다. 휴학계를 내자. 그것은 내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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