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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Aug 10. 2020

우리부부의 소통법

'하루를 어떻게 알차게 보낼까?'
이 생각이 주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주말 아침은 늘 들떠있다.

 

교회 갈 채비를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오빠가 툭 내뱉었다.

"외투가 너무 화려한 것 같네?"  

사소한 오빠의 말에 주말이 주는 설렘은 사라졌고 내 얼굴은 급격히 일그러졌다.

다시 집으로 올라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단순히 내 옷차림을 비난하고 싶은 건지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내 기분이 몹시 상했다. 설상가상으로 그 순간 문 밖으로 나올 때까지 나의 행동을 재촉했던 오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화는 폭발했다. 나는 흥분하여 말이  빨라졌고 의식의 흐름대로 쏟아놓느라 오빠가 알아듣지 못하게 횡설수설 이야기했다.

"뭐? 나 준비하고 빨리 나왔고 나 안 보여 노력하는 거?"

오빠는 내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미안한데 빨리 말해서 못 알아 들었어. 다시 한번만 얘기해줄래?"

나는 소리쳤다.

"답답해.  왜 한 번에 이해를 못해? 나 교회 가기 싫은데 오빠 때문에 노력하고 있잖아. 왜 나를 비난해?"

오빠 특유의 나긋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듣는 사람은 잘못이 없어. 상대방이 잘 이해하기를 바란다면 잘 전달해줘야 해. 평화가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내가 화낸 적 없지?"

오빠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내게 화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자신이 잘 설명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되려 사과했다.


나는 말을 내뱉는다고 다 대화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비슷한 실수를 종종 했다. 하루는 오빠가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있었고 나는 그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지우면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나 오늘 회사에서 너무 힘들었어" 

(... ) 반응이 없었다.

나는 아까보다 큰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

"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

그제야 오빠는 대답했다.

"뭐라고? 안 들려! 나중에 이야기하면 안 될까?"

아차 싶었다.

'오빠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구나.'

오빠가 나온 후에 나는 바로 사과했다.

"미안해 오빠. 내가 생각이 짧았어. 멀리서 말하면 오빠가 안 들릴 텐데 내가 배려가 없었어. 너무 힘든 하루여서 오빠한테 빨리 위로받고 싶었나 봐."


나는 오빠와의 대화들을 통해서 내 소통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내 모습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한 후 내뱉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말의 속도가 느려졌지만 말의 문맥과 정확도는 나아졌다.


우리는 애정표현을 아낌없이 하려고 매일 노력하는 편이다. 우리가 연애할 때부터 유지해오던 약속이 있다. 전화를 끊을 때는 '사랑해 쪽쪽쪽'이라고 마무리 인사를 하고 끊는데 평상시에는 그 말이 술술 나온다. 문제는 다툰 후 전화를 끊을 때 그 말을 먼저 하기가 참 쉽지 않다. 먼저 말하면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침묵한 상태로 기다리는데 수화기에서 정적이 흐른다. 오빠도 말이 없다. 오늘은 눈치 싸움 시작이다.

'한 번 해보자는 건가?'

다행히 둘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오래 부리진 않는다. 금세 '사랑해 쪽쪽쪽' 이라고 말하면서 화해의 신호를 보낸다. 덕분에 아직 약속이 잘 유지되고 있다.


우리 부부만의 또 다른 약속 중 하나는 '아니 '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이 한 말을 무시하면서 말을 시작하기보다 공감 해준 후 말을 시작한다. 성질이 급한 나는 종종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가서 사과를 자주 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습관이 되자 남편과의 대화에서 뿐 아니라 다른 타인과의 대화에서도 실수를 하면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되었다. 최근에 엄마가 우리 집으로 올라와 잠시 지내셨다. 엄마는 아빠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나는 답답한 나머지 엄마의 말을 가로채며 '아니 근데' 라며 내 이야기를 시작하려다가 실수를 인식하고 바로 사과했다. 

"아니라고 말해서 미안해. 엄마 이야기 계속해. 내가 들어줄게."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우며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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