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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Jul 31. 2020

1. 새로운 가족이 온다는 건

상견례 장소는 김해로 하기로 했고 양가 부모님과 상의하여 일정을 잡은 후 식당을 예약해두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시부모님께서 시간 변경을 요구하셨다. 알고 보니 오빠가 상견례 날짜는 전달했지만 시간을 뒤늦게 알려드린 것이다. 한 차례, 날짜 변경을 요구하신 적도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변화는 용납되지 않았다.


 이전에 날짜를 변경한 이유는 이번 달에 달력 보니 빨간 날이 많고 회사 눈치가 보인다고 오빠에게 전해 들었다.

글쎄... 난 모르겠다.


 막장드라마의 한편

 중대한 대소사를 위한 결정을 미룬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설상가상 또다시 변경 요구?

 나는 분노를 삭이며 오빠 보고 해결하라고 했다. 오빠는 자신의 실수이기에 시부모님께 사과를 드리며 이번엔 제발 그냥 넘어가자고 이야기를 했으나 시간을 미리 알리지 않은 부분에 대해 크게 화를 내셨고, 명절날 오전 시간 중에 상견례를 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말씀하셨다 오빠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알고 보니 오빠가 명절에 잠깐 나간 사이에 아주버님네와 시부모님끼리만 내린 결정이었다.

그 와중에 아주버님께서  아버지 화를 풀어 드리러 지금 익산 가는 중이라는 전화가 왔다.


'우리의 결혼식인데 주인공을 빼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의 문제로 화가 나셨는데...'

왜 아주버님께서 가셨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관점을 볼 때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연스레 우리의 권리를 침해당했고 존중받지 못했다. 그 순간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구원의 목소리. 옆에 있던 형님이  우리의 상황을 들은 후 집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하셨다.


사실 그날은 남편의 지인과 1박 2일  여행 온 자리였다. 여행이고 뭐고 나는 내편이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마음에 처량해서 눈물이 났고 오빠는 자신의 가족에게 충격을 받았는지 말이 없었다.  

Bravo bravo my life 인생아??
'내 결혼식만 이런 걸까?'
'왜 이렇게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 걸까? '


모든 것을 양보했기에 이제는 순탄히 진행될 거라는 나의 생각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일단 내가 사는 원룸으로 돌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하소연했다.

 '우리가 주인공이 아닌 결혼식 준비 더 이상 못하겠다'



오빠는 지금껏 내가 참아온 걸 알기에 자신이 부모님과 연을 끊겠다고 하며, 결혼식, 상견례는 일단 취소하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더니 아버님을 제외하고 모두를 스팸차단 목록에 주섬주섬 넣기 시작했다.


 "아버님은 왜 빼?"

나는 돌직구로 물었다.

 "아버지가 고집을 다 내리고  우리에게 사과를 할 수도 있잖아"

라며 오빠는 바늘구멍 같은 확률에 기대를 걸었다. 그렇지만 아버님은 그런 바늘구멍만 한 틈도 허용해주지 않았다.

김해 부모님께서는 이 사실을 알고 너무 마음 아파하셨고 우리가 양보하는데 뭐가 또 문제 나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세 가족은 모두 각자 다른 이유로 시름시름 앓았다. 난 점점 조급해졌다.

'결혼식을 정말 하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짓눌렀으며 봐 속이 타들어갔다.

 "우리만의 결혼식을 하지 못할 거라면 결혼식을 안 하는 게 낫다"

라며 큰소리는 쳤지만 결국 나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두려웠던 모양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부모님은 우리가 그 일로 헤어진건 아닌지 걱정하셨고 결혼식 장소 선정에 백기를 드셨다. 그리고 그 사건은 우리 부부가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선포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우리만의 결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는 배를 두둑이 채운 후

'우리만의 결혼'

이 주제로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양가 부모님께 항복의 메시지를 각자 받았다.

 "익산이든 김해든 상관없다. 너희가 원하는 장소로 갈게"

그래서 우리는 장소 문제부터 다시 정하기로 했다.


고민 끝에 우리의 생활터전이자 많은 지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에서 결혼을 진행하겠다고 공표했다. 새로운 가족이 온다는건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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