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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Sep 22. 2020

내가 안 보여요.

마음 속 거울

평소와 같이 퇴근을   오랜만에 학교 동기이자 같은 지역에서 타지 생활 중인 수희를 만났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걸 깨닫고 내려놓는 중인 것 같아.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중이야."

친구도 내 말을 공감했다.

"그렇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 일하면서 더더욱 느끼는 것 같아."

나는 마을버스를 타고 회사로 출근을 한다. 산길을 따라 버스가 올라가는데 길이 울퉁불퉁하고 과속방지 턱이 많아 맨 뒷자리에 앉으면 엉덩이가 들썩 거리며 절로 소리가 난다.

"으악"

그래서 어느 날은 버스기사님 바로 뒷자리인 맨 앞좌석에 앉았다. 기사님의 안색이 안 좋아 보여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기사님 많이 힘드세요?"

기사님께서는 끊임없이 울리는 하차벨 소리로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그 날 이후 나는 회사로 가는 마을버스를 탈 때는 하차 벨을 누르지 않고 기사님께 미리 이야기했다.

"기사님 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게요."   

그 기사님께서는 고마운 눈빛으로 내게 대답했다.

“네. 앉아 계세요.”  

어느 날 기사님이 바뀌셨다. 나는 자연스레 벨을 누르지 않고 말로 기사님께 알렸다.

"기사님 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게요.~"'

그 기사님은 성질을 부리며 이야기하셨다.

"벨을 눌러야지 벨을! 다음부터는 벨 미리 눌러요."

똑같은 행동을 해도 어떤 사람은 감사함을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불평을 터뜨렸다. 나는 처음에 당황했지만 금세 이해가 되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배려가 아닐 수 있겠구나.'

내 본질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이런저런 긍정적, 부정적 평가를 한다.

“선생님은 진짜 너무 단호해. 단호박.”

“너무 예의가 바르네.”

나는 아내로서의 역할, 치료사로서의 역할, 강아지 견주로서의 역할, 딸로서의 역할, 친구로서의 역할 며느리로서의 역할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때로는 내 속마음과 성격을 숨기고 과장된 액션을 취하기도 한다. 그게 익숙해지다 보니 나는 자주 자아를 방치했고 인정받으려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 인정받지 못할 때면 크게 낙심하고 좌절했다.

결국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고 나를 지키고 싶었다. 하루에 많은 시간을 타인을 위해 소모했다.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가족과 치료 준비를 하고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수면을 제외하고 나를 위해 나의 신체와 정신을 위해 쓰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나는 간절히 나를 찾고 싶었다. 나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속도는 더뎠지만 마음속 거울에서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페르소나(가면)와 나의 자아를 조금은 분리할 수 있게 되었고 자연스레 양가감정을 느끼는 나를 느꼈다.

어떤 날은 시댁에 가기 두려운 마음과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다툴 때도 있다. 그리고 너무 피곤할 때면 강아지 산책을 시키기 싫은 마음과 강아지에게 잘해주고 싶은 욕구가 다툴 때도 있다.       


그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 모든 감정이 너무 소중하다.

가끔은 내 감정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수용해주고 보듬어주며 오늘도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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