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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Sep 29. 2020

2. 새로운 가족이 온다는건

[나와 남편은 양가 부모님과의 거리를 언어적으로라도 좁히고자 시부모님은 익산 엄마, 익산 아빠라고 부르고 친정부모님을 김해 엄마, 김해 아빠라고 부른다.]


남편은 나를 불렀다.

"평화야 나 오늘 익산 엄마랑 통화했거든? 평화에게도 대화 내용 알려주고 싶어."

나는 남편이 있는 소파로 다가가며 대답했다.

"그래 좋아. 얘기해줘."


오빠는 익산 엄마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엄마는 참으면서 가정을 지켜낸 걸 알아요. 그걸 저는 존중해요. 그런데 저는 제 감정을 표현하며 살고 싶어요. 독립적인 성인이 되어 가고 있어요. 그런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오빠 이야기를 들은 후 대답했다.

"그랬구나. 어머님은 뭐라고 대답하셨어?"

"아들 마음 알겠다고 하셨어. 엄마는 이해하는데 아빠한텐 이런 이야기 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

그때의 상황을 내게 전달해주는 오빠의 얼굴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얼마 전에 양가 부모님께서 연락이 오셨는데 명절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휴게소 등 위험요인이 많아 명절에는 내려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하셨고 남편과 나는 미리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막걸리의 위력인가? 이번에 내려갔을 때 익산 아빠는 익산 엄마의 생신 때 있었던 일을 먼저 언급하셨다.

"평화야 그때 결코 네가 미워서 미쳤네 미쳤어라고 말을 한 게 아니야. 여기서는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의미 없이 쓴단다. 진심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어."


오빠는 옆에서 말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어요. 너무 아파서 저희는 죽어요. 아버지."

나는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 내가 미워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아니라는 익산 아빠의 말에 마음의 응어리가 모두 녹아내렸고 오빠의 위로가 너무 따스했다.

나는 말했다.

"저도 너무 죄송했어요. 가족이라 이해를 바랐나 봐요. 속상한 마음을 거칠게 표현했어요. 죄송해요."


그때 마당에 있던 익산 엄마가 들어오셨다. 나는 이야기를 이어서 했다.

"편하게 하라고 하시는데 그게 저는 너무 어려워요. 잘하고 싶고 눈치는 진짜 많이 보는데 제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요."


익산 엄마는 이야기했다.

"천천히 하자 우리. 평화가 우리 가족의 일원이 지금 당장 될 수 없다고 나는 인정하고 있어. 사람마다 속도 차이가 있는 거니까. 그리고 평화의 친정 집은 상대적으로 많이 개방적이고 문화가 다르니 더 어려울 거야. 특히 우리는 첫 만남부터 어려웠으니 더욱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해. "


그렇게 아침밥을 먹고 나서 오빠가 TV를 틀었다.

육아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 새끼]를 시청 중에 익산 엄마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느껴졌다. 내가 고개를 돌려 어머님을 쳐다보자 어머님은 안타까운 말투로 내게 물어보았다.

"평화야. 평화도 저렇게 불안해? 평화의 불안은 누구에게서 온 것 같아?"


나는 엄마에게서 온 것 같다고 이야기드렸다. 내가 익산 가족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불안도가 높아 어려워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신 것 같아 그 순간 뭉클했다.


우리 부부와 익산 부모님에 대한 갈등이 이번 만남으로 많이 해소되었다. 조금씩 소통하며 가족이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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