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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Feb 18. 2022

자기 파괴행동에서 벗어나 의미있는 작업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부끄러워서 지우고 애써 덮고 넘어가기도 했지만 그것은 해결방안이 되지 못했고 자기 파괴적 행동으로까지 나타났다. 자기 파괴적 행동은 음주, 담배 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 관점에서는 한 가지 자극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면 그것이 중독인 것 같다. 어렸을 때의 난 심한 과자 중독이었다. 시험기간만 되면 과자 5개 이상을 연달아 먹었는데 그러다 엄마에게 아주 심하게 혼이 났다. 그 이후에는 과자를 끊은.. 것이 아니라 과자를 먹기 위한 방법을 연구했다. 고무줄 바지 안에 과자를 집어넣어 조용히 가지고 들어오거나 나는 복도식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내 방 창문으로 과자를 집어넣은 후 태연하게 집으로 들어왔다. 방문의 소리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고 식은땀을 흘리며 먹는 과자는 더더욱 꿀맛이었다. 하지만 몸에서 아토피 반응이 너무 심하게 일어나고 말았고 한의원에서는 밀가루와 과자부터 끊으라고 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지만 피부 트러블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먹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회피하는 것은 결국 자기 학대의 일종이다. 두렵지만 상처를 직면하고 분노, 좌절, 슬픔들까지 안아주자 마음속 응어리가 풀렸다. 나로 살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애도 과정을 거치자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잊을만하면 어렸을 때 겪은 외로움과 불안은 다른 형태로 얼굴을 바꿔서 다시 나를 찾아온다. 얼마 전에 새로 발견한 자기 학대 행동은 귀에 끊임없이 손을 대는 것이다. 귀지가 빠지고 나서 그 귀지의 형태를 눈으로 관찰하다 보면 속에 있는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 같았다. 난 귀지 중독에 빠지고 만 것이다. 어떻게 벗어났는지 묻는다면 한 번 실패와 두 번 실패,  여러 번의 실패를 반복한 후 벗어난 게 재미없지만 내 솔직한 이야기다. 염색할 때 쓰는 귀덮개를 집에서 써보기도 했고, 내가 귀를 파지 않고 남편에게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실패였다. 그러다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보여준 사진이 한몫했던 것 같다. 하얀 곰팡이와 귀 고름이 가득한 사진을 보여주셨고 그때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내가 나를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내가 자기 보호와 자기 파괴행동을 동시에 함을 안다. 주변에서 나를 건강전도사라고 할 만큼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영양제 복용, 운동, 식단, 꾸준한 건강검진 등 여러 방법으로 내 건강을 누구보다 챙기고 신경 쓴다. 하지만 양면적으로 자기 파괴적 행동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어릴 때 아프면 엄마를 이곳저곳을 끌고 병원을 스스로 자주 찾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괜찮다고 하는데 내 몸은 분명히 아팠다. 그런데 내가 정말 슬펐던 건 엄마는 내 통증을 공감해주지 못해서다. 내 통증은 불안과 외로움에서 비롯되었다고 확신한다. 중독과 통증에서 헤어 나오는 첫 시작은 자기감정을 면밀히 파악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귀찮고 뻔하지만 내게 맞는 최고의 방법은 글쓰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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