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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Feb 18. 2022

내가 작업치료사다

나의 작업

나는 작업치료사로 일을 하고 있는데 1년 전만 해도 정말 이 직종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오죽했으면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나는 작업치료사라고 밝히지 못하고 프리랜서라고만 적었겠는가? 문득, 파리의 연인 박신양의 대사가 갑자기 떠올라 혼자 픽하고 웃음이 난다. 내 상황에 맞춰서 대사를 바꾸어 말해본다면


너 바보야? 왜 말을 못 해? 내가 작업치료사다. 내가 감각통합 치료사라고 왜 말을 못 하냐고!!!!!!!



그런데 이제는 당신의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자랑스럽게 작업치료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발달이 느린 아이를 두고 있거나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작업치료?' 그게 뭐지 생소한 사람이 정말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 조차도 대학교 4년을 다녔지만 졸업할 때까지 내 분야가 너무 생소해서 확 와닿지 않았다. 그러다 현장에 종사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실무경험이 이래서 중요하다고 하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작업치료 정의가 있다. 환자가 일상생활 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능동적으로 사회적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라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나는 그 말이 너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 예시, 실무에서의 상황에 대한 내용이 많이 빠져서일까? 혹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 예시 중 한 사람이 내가 되어주고 싶다.

예전의 나는 내가 겪어온 환경이 치료사로 일을 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살아온 환경이 아이들을 치료하는데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브런치 글에서는 한 가지만 꼽고 싶다. 나는 공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아이가 발달장애가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아이를 대해야 하는 방법은 일맥상통한 것 같다.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주되 기를 꺾는 게 아닌 필요한 순간에 들어가야 하는 일관된 훈육은 아이를 크게 성장시킨다. 내가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통 치료의 대가이신 안 교수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life is difficult"


삶은 어른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무척 어렵다. 나는 한라산을 지금까지 두 번 올라가 봤는데 올라가면 어떤 풍경이 나를 맞이해줄지 잘 알고 있고 한라산에서 먹는 라면은 진짜 맛있다. 그런 긍정적인 부분을 알고 올라가는 거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다. 정말 좋아하는 한라산이지만 힘들기 때문에 칭얼거리게 된다. "나 힘들다. 나 죽겠네 아이고" 어른은 이 처럼 말로 표현할 수 있지만 어린아이들은 아직 감정조절이 더 서툴기 때문에 주로 눈물로 표현을 한다. 아이들의 difficult life는 치과 등 병원에 가면 아주 면밀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꼭 해야 되기에 아이의 보호자분들은 치료를 진행하신다.


발달지연뿐 아니라 자폐 등 내게 오는 아이들은 정상 발달하는 아이들보다 꼭 해야 하는 필수 작업들이 너무 많고 병원에 한 번만 가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긴 여정 속에 지쳐하시는 보호자분들이 많다. 그래서 아동파트로 종사하는 치료사들은 치료는 기본이고 보호자 상담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들 이야기한다.  

아동 작업치료는 아동과 보호자의 작업을 동시에 봐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보호자의 불안이 아동에게 전가가 되는 것을 매우 많이 발견했다. 한 번은 치료를 굳이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아이를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보호자분께서도 그 사실을 이미 알고 계셨다. 보호자분의 과거가 지금 아이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분은 위로와 보호자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신 분이셨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가 있는데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이다. 앞으로 어떻게 생각이 바뀔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암묵적으로 정의한 작업치료는 이 시적 화자의 마음과 같이 아이와 보호자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_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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