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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Sep 11. 2020

결혼=원가족으로부터의 독립

행복한 결혼을 위한 필수조건은 뭘까?

많은 돈? 넓은 집? 둘 다 매우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원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부모님은 결혼을 할 때 할머니가 거처와 아버지의 취직자리까지 마련해주셨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지금까지도 김해 집은 할머니에게 경제적인 부분과 정서적 부분에서 의존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큰일이 생기면 의사결정권은 전적으로 할머니에게 있다.


나 같은 경우 20대 이후 부모님의 기대치를 많이 벗어났다. 그러자 결혼 준비를 할 때 나를 원망하긴 했어도 오빠를 원망하지는 않으셨다.

그런데 오빠는 착한 아들이자 형에게 무시받는 게 너무 아무렇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내가 무시를 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오빠는 그 순간 알아채지 못했다. 왜냐하면 오빠는 무시를 당하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문제를 인식하는 눈이 없었다.

나는 오빠에게 이야기했다.

"나만 참으면 돼. 지금까지는 오빠가 이 마음으로 참고 살았을 거야. 그런데 이제는 나랑 결혼하잖아? 나는 무조건 참는 거 싫어. 오빠도 내가 무시받고 상처 받는 거 원치 않을 거라고 생각해."

오빠는 느리지만 서서히 문제 상황들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부모님은 아들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해하셨다. 희생양이 필요했다. 한동안 나를 많이 원망하셨다.


우리는 양가 집안 문제에 있어서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아주버님이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옆에서 듣자니 시어머님의 생신에 관한 이야기인 듯했다. 오빠는 대답했다.

"평화랑 이야기하고 결정되면 알려줄게"

어느 날은 김해 엄마가 내게 전화를 했다.

"딸~사돈네에 선물을 보내려 하는데 어때?"

나는 당연한 듯 대답했다.

"오빠랑 이야기해볼게"

이제는 양가 가족들도 그런 우리를 그러려니 하시는 것 같다.


자신이 착한 딸, 착한 아들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부모님께 미리 좌절을 드릴 필요가 있다. 결혼을 한다고 정신적 독립이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사람이 바뀌면 원망은 함께하는 배우자의 몫이 된다.

가족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한 번쯤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그 위치는 자연스레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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