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이별
살면서 무수히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다. 초등학교 방학 때 친척 언니 집에 놀러 가서 일박 이일을 하고 집으로 가야 할 때 언니와의 이별이 나는 너무 어려웠다. 나에게는 그것 조차 사소한 이별이 아니었다.
애인과의 이별이 다니더라도 엄마의 별거생활로 인한 이별, 국토대장정, 제주살이, 퇴사 등 나는 모든 이별이 어려웠다. 특히 함께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도중에 각자의 상황으로 인해 한 명씩 떠나갈 때면 나는 그때마다 울었다. 영원히 못 보는 게 아닌데 그 지점이 마지막 같았다. 나 혼자 남겨지는 기분이 너무 무서웠다. 한 때는 이별 후 오는 공허함이 싫어서 만남을 회피한 적도 있었다. 자취생활을 할 때 고향집을 갔다가 다시 용인으로 올라와 자취방에 들어서면 그 공기가 너무 싫었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한동안 내려가지 않았다.
나는 사람에게 집착했다. 모든 관계를 다 지키고 싶었는데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깊이와 그 상대방이 나를 생각하는 깊이가 일치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때는 슬픔과 기쁨을 얻는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싶을 만큼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지만 자연스레 멀어지기도 하고 오해로 인해 멀어지기도 했다. 이별은 내 마음과 달리 자주 일어났다.
직장을 다니자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것도 이전보다 많이 어려워졌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하지만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워져서 인 걸까? 이전보다 이별이 덜 무섭다. 연락을 좀 안 주고받는다고 그 사람의 연락처를 삭제하는 행동도 어느 순간 멈추게 되었다. 만남과 소통은 지금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타이밍도 크게 한 몫하는 것 같다. 멀어졌다가도 어떤 사건을 계기로 확 가까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소통하는 것, 내가 주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적절히 섞은 소통이 필요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