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꾸기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마음 가꾸기와는 완전히 멀어졌다. 예쁜 조명 아래에 밥을 먹으면 너무 분위기 있고 좋다. 그런데 사랑이 없는 상황에서 예쁜 조명은 소용이 없었다. 요즘 sns에서는 코로나 시대라 그런지 홈 인테리어가 대세인 것 같다. 유행에 발을 맞추어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변화를 스스로 추구하면서 그 뒷감당을 버거워하는 내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바보 같다. 설거지를 지금껏 잘해오다가 식세기에 꽂혀서 오빠에게 어필하다가 대차게 까였다. 그런데 물건 안 사준다고 어린아이처럼 눈물이 났다. 내가 슬펐던 이유는 식세기를 안 사줘서가 아니었다. '내가 조금 더 편해지는 게 싫은 건가?'라는 속 좁은 생각에 사로잡혀 벗어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흉측한 생각을 할리가 없을 거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그러자 마음이 제자리를 찾으며 편안해졌다.
전이수 작가님의 '모두'라는 작품이 생각난다.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인 작품이었다. 한 사람의 아픔을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다면 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오빠는 늘 나랑 싸우고 나면 두통을 호소하고, 내게 좋은 일이 있으면 나보다 더 즐거워하며 유기적으로 내 영향을 받는다. 나 또한 오빠의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다.
좋은 카메라로 초점을 제대로 맞추어 사람을 찍으면 상대방의 겉모습을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듯이 상대방의 마음 또한 왜곡하지 않고 선명하게 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더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오빠의 장점을 더 살려줄 수 있는 배우자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잘 다독여주고 보듬어주는 서로를 위한 치료사가 먼저 되어주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