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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Aug 01. 2020

ADHD는 내 작업의 동기부여


행동파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나는 기숙사 룸메이트인 김수라는 친구와 매일 같이 실랑이를 했다.

그 친구는 생각파였고 나는 행동파였다. 퇴근 후 김수는 늘 1층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침대를 뒹굴 거리면서 나에게 물어보곤 했다.

"우리 뭐 먹으러 갈까?"

"우리 영화 보러 갈까?"

나는 대답 대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그 친구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나갈 채비를 했고 김수는 매번 나를 보며 놀랬다. 우리는 정말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친구였다. 나는 김수가 꺼내는 생각들이 전부 다 좋았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 줘서 고마웠다. 나는 김수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리는 정말 좋은 친구였고 내 결혼식 부케를 받을 만큼 그 친구와 지금도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충동파


나는 학교에서 국토대장정에 대한 글과 광고를 볼 때면 꿈만 꾸고 말았다. 

'오 재밌겠는데?'

'나도 해보고 싶다'

딱 여기서 그쳤고 꿈만 꾸는 인생을 살다가 2016년 여름, 복학을 한 달 앞두고 인터넷 서핑하다가 국토대장정 카페에 한번 들어가 봤다.

그런데 '어라? 어제까지 대원을 모집했었네?'    

마감된 것을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빠른 속도로 글을 썼다.

"마감되었나요?"

답장도 오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장정 지원서까지 써서 메일로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휴대폰이 울렸고 낯선 전화번호였다. 난 대장정과 관련된 전화라는 걸 확신하며 받았고, 지금 입금하면 대원이 될 수 있다는 전화였다. 나는 바로 입금을 했고 이 모든 것이 1시간 안에 결정된 일이었다. 


내일 당장 해남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고민하고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마트로 달려가서 국토대장정 갔다 온 사람들이 올린 준비물품 리스트를 보며 상품비교 없이 무작정 물품(침낭, 기능성 타이즈, 배낭가방, 니플 패치, 일회용 속옷, 의료용품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무거운 나의 짐가방을 보고 놀랜 엄마에게 통보했다.

"나 내일 해남가. 국토대장정 해볼 거야."

엄마는 기 막힌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황당한지 화를 내지도 않았고 이왕 가는 거 잘 다녀오라고 했다.

그런 엄마에게 카메라를 들이밀며 하얀 타이즈를 신고 배낭가방 멘 나를 찍어 달라고 해맑게 이야기했다.


그때는 나도, 엄마도 몰랐으리라. 내 미래의 남편이 거기 있을 줄은.

 

사실 이 에피소드는 내가 살아온 일상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ADHD를 가진 덕분에 삶의 많은 긍정적 변화도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ADHD 성향이 내가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데 한 몫했고 작업이 더 풍성해지도록 도와주었다.   

 

ADHD의 존재를 알고 난 이후 내 몸과 마음의 상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머릿속에서 넘쳐서 흐르는 내 생각과 정서를 글로 담아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또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계기도 되었다.

치료사로서 역량강화

무엇보다 내가 치료사로 일을 하면서 만나는 아동 중 절반은 ADHD 성향이 있는 아동이다. 그 아이들이 가진 힘듦을 나는 정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작업치료사라는 직업이 나에겐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체로 아이들은 그 시기에 중요한 작업 영역인 교육, 사회적 참여, 놀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호자도 힘들지만 어려움에 직접 부딪히는 것은 아이다. 적절한 비유를 활용하여 그 아이의 마음 상태를 보호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는 것도 치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소통이 잘 되면 아이를 대하는 보호자의 태도가 바뀌게 되고 결과적으로 아이의 삶이 달라진다. 두 번째 공감을 통해 보호자와 라뽀를 조금 더 형성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조금 더 보호자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ADHD를 통해 내 작업을 돌아보게 되면서 나를 알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ADHD는 내 작업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한 Motivation으로 작용했다. 여러분의 작업을 돌아보게 하는 Motivation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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