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에서 나와 불속으로?! 05.
코칭 고객으로 직장인, 예술가, 청년(취업준비생,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하게 만나게 되었다. 직접 알고 지냈던 사람도 있고, 지인이 소개를 해 준 경우도 있고, 한국코치협회나 봉사활동 기관에서 연결해 주기도 했다.
그중에서 조금 공무원 면접시험과 기술사 면접시험 대비 멘털 코칭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공무원 면접대비 코칭 고객님은 지인의 따님이었다. 그 지인은 처음엔 업무로 만났지만 서로 잘 통해서 지난 5년간 많은 소통을 했다. 서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을 때 부담 없이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고, 항상 건강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응원해 주는 사이. '우와~ 그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셨어요?'라며 서로 무한 감탄해 주고 박수를 건네는 사람.
재작년 연말에 내가 처음 코칭 공부를 시작했다고 고객님이 되어 주십사 부탁드렸을 때에도 흔쾌히 시간을 내어준 고마운 분이셨다. 작년 7월 초에 이 분의 따님이 공무원 시험 1차 합격을 했다고 면접 대비 멘털 코칭을 해 줄 수 있느냐고 하셔서 처음엔 무척 부담스러웠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엄청 중요한 순간일 것이고,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공무원 시험의 마무리에 쓸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면 어쩌나라는 우려, 전문 학원에 가서 족보도 전수받고 제대로 지도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등등의 걱정이었다.
하지만, 지인과 그 따님은 거주지 인근에 적합한 학원이 없다며 코칭을 해달라고 여러 번 요청하셔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코칭을 시작했다. 따님은 5번의 코칭 동안 매우 성실하게 참여했고, 점차 불안함을 내려놓고 자신감으로 충만한 밝은 모습으로 변화했다. 물론,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면접장의 모습과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 속 자신의 모습을 매칭해 상상해 보면서 안정감을 되찾기도 했다.
합격 소식을 전해 왔을 때, 그녀의 노력 99.9%에 내가 0.1%를 보탠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더니. “코칭해 주신 덕분에 마인드 컨트롤을 잘할 수 있어서 준비한 것 이상으로 쏟아낼 수 있었어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면접관이 했을 때에도 코칭 때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면서 잘 대답할 수 있었어요”라며 거듭 고맙다고 했다.
면접시험 대비 멘털 코칭이 처음이었는데 결과가 좋아서, 휴~~ 정말 다행이었다. 고객님 덕분에 보람 있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또 한 번 감사한 고객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 분의 와이프가 나의 고객님이신데, 와이프 추천으로 면접시험 대비 멘털 코칭을 받고 싶다고 의뢰해 오셨다. 지난번 공무원 면접시험 대비 코칭을 했던 소식을 전해 들으시고 말씀 주셨는데, 이번에도 난이도가 만만치 않았다.
그나저나 기술사 시험 면접 대비 코칭이라니. 문과생인 나에게 공대생 출신들이 보는 시험 중에서 최고봉인 기술사 시험 관련 코칭을 할 역량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그분의 절박함이 느껴져서 뭔가 거들고 싶어졌다. 약 6년에 거쳐 필기시험에 십여 차례 응시해서 합격한 기쁨도 잠시, 첫 번째 면접시험에서 고배를 마시고 한 달 동안 감기를 앓을 정도로 좌절감이 컸고 후유증이 심하셨었다고 했다. 1년에 2번밖에 면접 기회가 없고, 2년 이내에 합격해야 필기시험 합격이 유효하다며, 기존에 안 해 봤던 여러 방법을 활용해 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분의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지만, 면접시험 환경에서 떨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임할 수 있도록 멘털코칭을 해 드리기로 하고 코칭을 시작했다. 기술사가 된다는 것은 고객님께 어떤 의미이며, 그렇게 된다면 고객님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 같은지. 두 번째 면접시험이 성공적으로 되기 위해서 고객님은 남은 기간 동안 어떤 것들을 하고, 지난번과는 어떤 것들을 달리 하실 생각이신지. 기타 등등 코칭 대화모델로 코칭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덤으로 소소한 제스처나 시선 처리 같은 프레젠테이션 스킬도 일부 알려드렸다. 메라비언의 법칙이라고 있는데, 커뮤니케이션의 요소에서 말의 내용은 7%에 불과하고 나머지 93%가 목소리나 바디랭귀지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라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고객님이 비언어적 요소를 조금 더 신경 써 보실 것을 권했다. 그러자 고객님이 유레카를 외치셨다. 자신이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이 그것이라며.
6번의 코칭을 마칠 때쯤, 첫 시간에 비해서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되고 자신감이 붙은 고객님께 파이팅을 외쳐드렸다. 하지만, 시험 다음 날, 이번에도 너무 당황스러운 질문이 많이 나오고 면접관들 분위기가 냉랭했다며 낙담하는 목소리의 고객님 전화를 받았다. 다른 코치님한테 코칭을 받았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고객님 인생에서 중요한 시간 들이었을 텐데 내가 최선을 다한 것은 맞을까? 오만가지 생각들이 들어서, 결과 발표까지 3주간 나 역시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런데 뜻밖의 낭보가 들려왔다. 합격!! 그것도 커트라인을 훌쩍 넘기는 아주 여유 있는 점수로 합격하셨다는 소식. 나는 또 한 번 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고객님들께서 일생일대에 중요한 순간에 나와 함께 멘털 코칭을 하시고, 좋은 결과를 얻으신 것에 정말 감사하고 기쁜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같이 노심초사하다 보니 뭔가 수명이 단축되는 느낌이랄까? 다음에 또 다른 고객님과 함께 하게 될지는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